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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를 자각하기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03-20 02:01 게재일 2014-03-2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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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이는 역사 이래 인간의 영원한 숙제였다. 지금 하는 고민을 그 옛날에도 했고, 그 옛날의 고뇌가 지금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인간의 철학적 사유는 시간과는 무관한 영원 테제이다. 사람이라면 옳은 삶에 대해 나름 끊임없이 고뇌한다.

소크라테스에 의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정으로 알지 못하면서도 알고 있다고 여기는 게 문제였다. 그는 당시 아테네에서 가장 지혜로운 자라는 신탁까지 받은 입장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결코 지혜 자체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가 자각한 건 오직 자신이 아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 하나였다. 다른 이들보다 그가 지혜롭다는 신탁의 의미를 그는 이렇게 해석했다. 자신이 뛰어난 게 아니라, 자신의 무지함을 알고 있다는 것에서 뛰어나다는 것을 깨달은 면에서 지혜로운 것이라고.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는 쉬우면서도 어렵다. 소크라테스의 전언대로라면`이 세상에 대해 아는 게 없음. 옳다고 생각하는 그것조차 내 무지에서 온 것임.` 이런 자세야말로 지혜로운 방법이다. 쉬워 보이지만 그 실천은 얼마나 어려운가. 삶의 진정한 가치는 시험을 통해서 완성된다. 상처를 주고받아봐야 상처의 속성을 이해하게 되고, 많이 아파본 자라야 아픔의 실체를 제대로 증언할 수 있다. 그렇게 축적된 다양한 경험치는 각자의 철학적 바탕이 된다.

무지의 자각이 깨우는 종소리에 당황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 소리가 꼭 크게 울리는 것도 아니다. 하룻밤 새 붉은 꽃잎을 터뜨리는 명자나무의 숨소리일 때도 있고, 내 큰 목소리 앞을 끊는 누군가의 잔잔한 충고의 미소일 때도 있다. 다 갖춰 완벽한 것들은 그저 피어나고 나지막이 속삭일 뿐이다. 호들갑스럽지 않아도 그 향기, 그 목소리에 주변은 귀 기울인다. 현상적 욕망이 아니라 오직 본질에 다가가고자 했던 소크라테스의 성찰 앞에서 당황스럽기만 한 봄날이다. 빈 수레 끈다고 곳간에 쌀가마 쌓이지 않는다. 매 순간 무지를 자각하는 마음 심지만은 놓지 말아야겠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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