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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성과 다양성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03-18 02:01 게재일 2014-03-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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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어린 천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예술계나 수학계 등 특수 분야에서 우리나라만큼 그 재기를 일찍 드러내는 아이들도 없다. 전문가들이 놀랄 정도로 우리에겐 미국이나 유럽 아이들에 비해 한 분야에 재능을 떨치는 아이들이 많다. 하지만 그 재능이 언제까지나 보장되지 않는다는 게 우리 현실이기도 하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언젠가 한 칼럼에서 첼리스트 양성원이 한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아이들이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자기도 모르게 의식의 기저에 깔려 있던 동양적인 가치 기준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뿌리 깊은 유교 문화는 조직 문화를 낳고, 조직은 위계질서를 중요시하고 그 질서는 개인의 튀는 행동을 용납하지 않는다. 겸손과 절제가 미덕으로 칭송 받는다. 자신도 모르게 이런 문화적 습성은 재능 있는 아이들의 DNA 속으로도 침투된다. 치열한 자기 확신을 가지는 것에 앞서 획일화된 사고가 먼저 머릿속에 주입된다. 될 성 부른 떡잎에 햇빛 보다 그늘이 먼저 와서 가려버린다. 어느 순간 그늘이 햇빛인 줄 알고 받아들이게 된다.

좋은 예로 중학교만 들어가도 교칙이란 것에 지배를 받는다. 교칙을 위반하면 타인에게 피해를 주고 나아가 사회나 국가에도 방해가 된다고 배운다. 옳은 말이다. 하지만 그 교칙 안으로 들어가 보면 은 온갖`하지마라`투성이로 가득하다. 그 내용은 실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수준이 아니라 통제해야 하는 입장에서 저 편하고자 획일화를 강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일제 강점기와 군사 독재 시절을 거치면서 윗선에서 편리하기만 한 그런 관습과 규범이 규칙이나 도덕이 되었을 뿐인데, 길들여지다 보니 반박하는 것조차 잘못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획일화를 따르는 건 모범적인 것이요, 다양화를 시도하는 건 죄악에 가까운 것으로 간주하는 조직 문화야말로 개별자의 자긍심을 숨죽게 한다. 그 많던 어린 천재들이 획일성의 그늘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제 개성과 재능을 포기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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