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국씨가 펴낸 `대통령의 글쓰기`(메디치미디어)에는 자신이 모신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글쓰기에 대한 여러 생각들이 후일담 형식으로 나온다. 두 대통령 다 글쓰기와 연설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연설문을 단순히 권위나 통치 수단의 도구로 쓴 대통령들도 있었다. 그들은 결과에 치중하는 문구에 신경을 썼다. 반면, 소통과 대화의 장으로 연설문을 활용하려는 대통령들은 결과 못지않게 그 과정도 문구에 넣는 것을 중요시했다.
그동안의 편견으로는 굵직한 틀만 대통령이 이야기하면 글 자체는 연설비서관들이 알아서 쓰는 줄 알았다. 연설문의 섬세한 부분에 있어서는 대통령이 일일이 관여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릴 때부터 우리는 딱딱하고 권위적인 연설문에 길들여져 왔다. 그러다 보니 판에 박힌 문체나 문구에 그러려니 하고 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대통령에 따라 연설문에 나오는 한 문구를 두고 얼마나 진지한 고민을 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연설문은 분명한 메시지 전달력이 있어야 한다. 국민을 향한 대통령의 전언이라면 말해 무엇하랴. 이러한 글의 전달력과 소중함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두 대통령의 글에 대한 소신과 자신만의 표현 방식에 눈길이 간다. `인사 청탁하면 패가망신한다.`는 다소 직설적인 노무현 대통령의 어법이나 `햇볕정책`이란 김대중 대통령의 말도 그런 고민 끝에 나왔다는 것도 흥미롭다. 통치력과는 상관없이 글의 의미를 귀히 여긴 대통령들이 있었다는 것 자체에 관심이 간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