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보기엔 그럴 듯한 말 같아 보이지만 따지고 들면 헛말인 게 어디 한 둘인가. 함익병 피부과 원장의 월간조선과의 인터뷰가 도마에 올랐다. 내용을 훑어보니 `양질의 독재자가 국정을 운영하는 건 나쁘지 않다, 안철수는 과대망상증 혹은 거짓말쟁이다, 4대 의무를 지키지 않는 국민은 투표권조차 호사다.` 이런 취지의 발언이다. 실제 발언은 저런 수위 이상이다. 특히 `여자는 4대 의무 중 국방의 의무를 지지 않았으니 권리는 4분의 3만 행사해야 한다`며 `권리만 누린다면 도둑놈 심보`라는 말에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식 두 명 낳은 여자는 예외이며 계산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선심까지 쓰는 척한다.
함익병 식 주장대로라면 4분의 3만의 권리를 행사해야 하는, 뜨끔한 심정인 쪽은 여성이 아니라 다른 쪽일 것이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그 많은 지도자급 인사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어떤 희한한 계산법이 그로 하여금 `자녀 수`와 `군대 가는 것`을 단순 동급으로 비교하게 만든 걸까.
여성에게 국방의 의무란 꼭 군대를 가는 것만 의미하는 건 아니다. 함익병 식 사고 대로라면 군대 안 간 여성과 아이 두 명 낳지 않은 여성은 모두 국방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다. 어찌 그들이 사리사욕 때문에 군대를 회피한 정치 사회 지도자급들과 같은 급으로 취급되어야 하나? 4분의 3만 권리 행사해야 하는 무리들에 대한 타깃을 잘못 잡아도 한참 잘못 잡았다. 계산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