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현실을 직시하고 그것을 인정하는 사람일 경우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그것을 헤쳐 나갈 수 있다. 스톡데일은 베트남전쟁 때 하노이의 한 포로수용소에 갇혔던 미군 최고위 장교였다. 1965년부터 8년간이나 수용소 생활을 했다. 다른 수용자들이 크리스마스에는 풀려 날 거야, 부활절에는 집에 갈 수 있을 거야, 이렇게 섣부른 희망에 부풀어 있을 때 그는 현실을 직시하고 인정했다. 부당함 앞에서 정면 대응을 택하는 한편 앞날을 대비했다. 신념을 잃지 않고 의지로 버텨냈다. 그는 끝내 살아서 돌아왔다. 영웅이 된 그의 전언은 이랬다. `가혹한 현실을 회피한 채 낙관주의로 일관한 사람은 상실감을 견디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렀다`고.
역경에 처했을 때 그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의지로 버티면 살아남을 수 있고, 조만간 일이 잘 풀릴 거라고 낙관하면 무너지기 쉽다는 걸 말해주는 것이`스톡데일 패러독스`이다.
도처에서 이런 현상을 만날 수 있다.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아무리 부드러운 목소리로 노래 불러도 혜택 받지 못하는 많은 약자들은 넘쳐 나고, 당신 꿈은 이뤄질 것이니 걱정할 것 없다고 아무리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도 현실적인 답은 `희망 없음`일 경우가 다반사이다. 이런 상황에 놓인 약자들이 섣부른 낙관주의에 현혹되면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낙관주의의 뒤안길은 다름 아닌 상실감이기 때문이다. 함부로 낙관주의를 전파하는 것보다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라고 하는 편이 훨씬 현명한 조언일 때도 있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