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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않을 이유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4-03-06 02:01 게재일 2014-03-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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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핏대 올릴 일은 참으로 많다. 그럴 경우 기질에 따라 제때 발산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귀찮거나 소심해서 그냥 묻어두는 사람도 많다. 삿대질과 고함으로 자신을 어필하는 사람은 자기 생각과 세상은 한몸처럼 같은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믿는다. 그렇다고 핏대 올리지 않는 사람이 그 반대인가하면 그렇지도 않다. 그들 역시 세상 이치에 내 생각은 부합하다고 생각한다. 표현 방법만 다를 뿐, 각자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건 당연한 것이다.`라는 명제로 자기 굴레를 씌운다.

가령 이런 의문은 어떨까. 어째서 아프리카가 유라시아에 비해 발전이 늦었을까? 다른 모든 이유는 뒤로 하더라도 우리는 이미 서양 사람들에 비해 그들이 인종적으로 차이가 있어서 그렇다는 확답을 준비해 놓는다. 너무 자명한 답이라서 이런 의문조차 지닐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 하지만 재래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라는 보고서의 마지막 장에 보면 진실한 답이 나온다.

역사적으로 결코 출발이 늦지 않았던 아프리카가 뒤처진 이유는 식량 생산 구조에 있다고 보았다. 가금의 부족현상과 작물화 할 수 있는 식물의 부족을 그 첫 번째 이유로 꼽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야생동물 천국이며 정글의 왕국인 아프리카에 제대로 된 가축과 작물식물이 들어온 것은 다른 두 대륙에 비해 수천 년이 지난 뒤였다. 또 다른 원인은 면적이 유라시아 대륙에 비해 절반인데다 대륙의 주요 축도 유라시아와는 반대로 남북방향이라는 점이다. 남북 축을 따라 움직이면 생식, 강우량, 질병, 문명 전파 등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단다.

유럽이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삼을 수 있었던 건 유럽인과 아프리카인의 차이점 때문이 아닌 건 자명해졌다. 그건 인종 차별주의자들이 주장하는 망상일 뿐이다. 아프리카와 유라시아의 궤적이 달라진 건 지리적, 환경적 우연성의 차이에 있는 것이지 인종 자체와는 별 상관이 없다.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발견할 때의 이 숙연함이란. 작은 것에서부터 열리고 깨쳐 있으려고 노력해도 어렵기만 한 삶이라니.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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