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이제 막 마쳤다. 7년 만에 성사된 고위급 접촉의 결실이다. 1차 접촉 후 파행이 우려됐던 북측이 제안한 한미군사훈련중단과 `최고 존엄`에 대한 비방보도 언론의 정부통제 실현의 불확실성 가운데서도 이뤄졌다. 이번 합의는 전과 달리 청와대·국방위 라인이 직접 만나 이뤄진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은 박근혜 대통령이 남북관계의 시발점으로 생각해 신년기자회견에서 직접 제시한 사안이다. 북한 역시 언론매체가 최고수뇌부의 결심이라는 것을 보면 남북이 모두 최고지도자의 최종결심에 의해 성사된 것이 확실시 된다. 이러한 남북관계의 첫 단추가 남북 화해·협력의 시발점이 되어 내친김에 통일의 대박까지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북한은 이번 접촉의 성과를 자칭`통 큰 용단`이라 표현한다. 과거 북한의 정치·군사 문제와 연계한 대남전술의 일환이나 쌀과 비료를 얻기 위한 조건부 협상에 비해 전향적인 변화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왜 이런 통 큰 양보를 했을까? 배경에는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이 절실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북한의 `우리민족끼리`가 “관계개선은 시대의 절박한 요구”라고 표현하는 것을 보더라고 알 수 있다. 북한은 현재 당장 체제유지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상호비방 중단이라는 정치적인 이유나 중국을 비롯하여 국제사회에 대한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집권 3년 차를 맞는 김정은 노동당 제1 비서의 입장에서는 경제 분야에서 성과를 얻는 것이 가장 필요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은 북한이 김정은 유일영도체제의 공고화와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관문이라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이러한 북한의 관계개선 절박함의 기회를 잘 포착해 획기적인 발상으로 공존·공영의 협력 체제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이번 접촉에서처럼 조목조목 설명해서 이해시키고 설득시킨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남북관계 개선의 최우선 과제는 남북한 간 상호 신뢰회복 일 것이다. 우리 정부는 우선 현 시점에서의 북한 정권의 붕괴를 통한 흡수통일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북한 지도부에 확신시켜야 한다. 그리고 북한의 경제회복은 인접국과 서방사회의 협력이 절실하며 이를 위해서 개혁·개방이 필수적이라는 것도 인식시켜 유도해야 한다. 우리 역시 금강산 관광재개와 천안함 폭침이후 남북경협 중단이라는 5·24 조치 해제 등 교류협력을 통해 점차적으로 개혁·개방의 여건과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아울러 북한이 포기해야 할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도 설득시켜야 한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해야 한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인내를 갖고 차근차근 설득시켜야 한다. 따지고 보면 남북관계 파행의 근본원인은 핵 문제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경제발전과 핵을 병행해서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핵 포기가 선행되어야 함은 우리는 물론 국제사회가 다 인정하는 사실이다. 북한이 핵문제는 남북관계에서 다룰 사안이 아니라고 하지만 우선 북한 핵은 남북한 간이 직접 체결한 1992년 한반도 비핵화공동선언에 위배되는 사안이다.
이제 이후 접촉과 대화를 지속하며 하나씩 풀어나가야 한다. 북한의 주장이 우리와 크게 다르더라도 인내를 가지고 서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정상화를 앞당기기 위해 우선 인도주의적 차원에서의 지원은 정부는 물론 국내외 민간단체까지도 동원하여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그리고 북한 주민의 마음을 이해하고 동포적일체감을 높여 그 마음을 얻는 정책도 연구 개발해야 한다. 협상을 위해서는 섬세하고도 집요한 설득과 여러 대내외 정책을 수정 보완한 후 공작정치 차원의 적극적인 공략도 해야 한다. 더불어 중-미간의 갈등을 포함한 강대국들의 동북아 변수를 고려한 외교정책도 새롭게 구상하여 병행해야 할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지체할 이유가 없다. 남과 북이 지도부는 물론 온 국민이 힘과 지혜를 모아 민족적 염원이요 시대적 사명인 통일을 이루어 내기를 기원해 본다. 그래서 남북한 국민 모두의 축복이 되는 통일한반도의 새 역사를 써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