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상화는 극한 훈련을 통해 체력도 길렀고, 마인드컨트롤에 성공함으로써 일체의 압박감에서 벗어났다. 그는 우승후 인터뷰에서 “올림픽이라 생각하지 않고 월드컵시리즈라 생각했던 것이 주효했다”며 마인드컨트롤 방법에 대해 설명했다. 월드컵시리즈야 말로 이상화의 `자신감의 온상`이었다. 거기서 그는 무려 7번이나 500m에서 우승했다. 뿐만 아니라 밴쿠버올림픽 우승 이후 지난 시즌에서 무려 4번이나 세계신기록을 갱신했던 것이다.
세계 빙상계는 일찌감치 이상화의 우승을 예상했었다. 계속적인 기록갱신을 보면서“이상화 앞에 보이는 선수는 없다. 그는 이제 자기 자신만이 적이다”라고 했다. 그 기록갱신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피눈물 나는 훈련의 결과일 뿐이다. 물론 `체중을 줄이고 허벅지를 키우는`스포츠과학의 도움이 컸겠지만, 지칠 줄 모르는 집념이 주 무기였다. 이상화는 남자선수들이 치러내는 모든 훈련과정을 다 소화해냈다. 산악훈련, 사이클, 웨이트트레이닝 등으로 허벅지 둘레를 키웠다. 그 결과 유력한 우승후보였던 러시아의 올가 피트쿨리나(75초06)를 0.36초나 여유 있게 따돌리고 74초70로 조국에 첫 금메달을 안겼다.
이상화의 화려한 성과를 보면서 남몰래 눈물을 흘리는 빙상계 간부 한 사람이 있다. 바로 김관규 빙상연맹 전무이사이다. 그는 밴쿠버올림픽 당시 스피드스케이팅 감독이었고, 세계 3, 4위였던 이상화를 정상으로 끌어올린 지도자다. 그는 철저한 과학 훈련과 세심한 조련으로 선수를 키웠다. 4년전 밴쿠버에서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고, 예상하지도 않았던 금메달이 이상화의 목에 걸리게 만들었던 숨은 지도자가 바로 김 감독이었다. 시상대에서 이상화도 눈물을 쏟았지만 김 감독도 남몰래 하염없이 울었다고 한다. 피눈물 나던 훈련과정을 돌아보면 누구든 감정이 격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상화는 13일 오후 11시 1천m를 남겨두고 있다. 이승훈 모태범도 아직 남은 경기가 있다. 낭보가 전해지기를 기대하지만 심한 부담감을 주지는 말아야 하겠다. 그냥 승부에 초탈한 심정으로 연습때 처럼 경기에 임해주기만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