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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금융사기와 농협의 자세

등록일 2014-01-24 02:01 게재일 2014-01-2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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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의 최대 피해자는 농민들이다. 이들은 주로 NH농협은행을 이용하기 때문에 농협이 적극 나서서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 농촌 노인들은 보이스피싱과 스미싱의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 아들이나 딸을 납치하고 있다든가 누군가가 통장에서 돈을 인출하려 한다든가 하는 전화를 받거나 문자메시지를 받으면 누구나 당황하기 마련이고, 정신 없이 허둥거리다가 사기꾼의 계략에 빠져 계좌전호나 비밀번호를 불러주기 쉽다.

실제로 울릉도에서는 “딸이 납치됐다”는 전화를 받은 60대 여성이 3천만원을 송금하려다가 은행직원의 기지로 막았고, 포항시 오천읍에서는 “누군가 통장에서 돈을 인출하려 한다. 농협은행의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알려달라”는 전화를 받고 그대로 따라 하려다가 주위 사람들의 만류로 피해를 방지했다.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2차피해 사례들이다. 카드 3사와 거래하는 모든 사람의 개인정보가 털렸다고 봐야 하고, 누구든 보이스피싱이나 소미싱의 대상이 될 수 있으니, 지금은 바싹 긴장하면서 정체불명의 문자나 이상한 전화가 오면 일단 “사기꾼의 짓이 아닌가?" 의심부터 해야 한다.

대구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팀은 스미싱으로 수천만원을 가로챈 2명을 구속하고, 공범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돌잔치 초대장`으로 위장한 문자메시지를 발송, 소액결제를 유도해 115명으로부터 3천만원을 가로챘다. 이들은 중국조직과 공모해 대구, 경산, 대전 등에서 불법수집한 개인정보 13만여건을 이용해 악성코드가 포함된 돌잔치 초대장을 보냈다. 경찰은 “악성코드가 포함된 문자메시지링크에 접속만 해도 소액결제 피해를 당할 수 있으니, 낯선 번호로 전송된 의심스러운 문자메시지는 곧바로 삭제해야 한다”고 했다.

농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농협은 어느 금융기관보다 단단한 방어망을 구축해야 할 것인데, 현실은 전혀 딴판이다. NH농협은 수년전에도 정보유출사고가 발생했지만 쉬쉬하고 넘어갔다. 2003년에는 단위 농협이 현금카드 비밀번호 유출사고가 있었고, 2008년에는 홈페이지를 해킹당해 고객 정보가 유출되었지만 IT본부가 해커에게 돈을 주고 덮었다가 2011년 국정감사에 적발돼 홍역을 치렀다.

또 농협은 전산시스템 15자리 계정의 비밀번호를 3개월 마다 바꿔야 하는 규정을 무시하고, 6년 9개월간 그대로 사용했다. 그리고 다른 금융기관에 다 있는 IT전문가 CSO를 채용하지 않았다.

농협은 이번 사태에서라도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피해 최소화를 위해 우편과 이메일로 사기 피해 방지법을 알리겠다고 하는데, 직접 팀을 조직해서 농촌지역을 순회하며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적극성이 필요하다. 기강이 느슨하다는 비난을 듣는 농협이 이번에 그 오명을 벗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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