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의도와 상대방의 해석은 같을 수가 없다. 내가 어떤 말을 할 때 그 의도는 하나이다. 꽃을 꽃이라고 말할 땐 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모든 상황을 그처럼 명명백백하게 나타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실은 삶은 수많은 알레고리로 이루어져 있다. 빗대 말하는 그것의 최종 목표도 결국은 진실 그 하나이다. 하나인 진실을 두고 말하는 이나 받아들이는 자 각자 `다르게` 말한다. 그러다 보니 그 둘 사이엔 완벽한 심상의 합일점을 찾기가 어렵다. 말하는 자는 돌려 말하고 이해하려는 자는 의중이 담긴 그 수수께끼를 제 식으로 해석한다.
봉준호 감독의 걸작 `살인의 추억` 마지막 신에서 송강호가 내뱉는 한 마디는 `밥은 먹고 다니냐?`이다. 명대사 중의 명대사로 뽑히는 이 말을 두고 관람객들은 저마다의 한 수로 그 의미를 해석했다. 형사 역할인 송강호가 유력한 용의자 역할이었던 박해일에게 동질감과 연민을 느껴 한 말이란 게 당시 관객의 대체적 정서였다. 지난 가을 영화 개봉 십 주년 행사 때 송강호가 그 대사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내놓았다. 자신의 의도는 터널 속에 있을지도 모를 진짜 범인에게 `이런 짓 하고도 밥이 넘어 가느냐`라는 의미로 한 애드리브 였다고 했다.
`내 의도와는 다르게 해석돼도 받아들이는 관객들이 느끼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라는 덧붙임 말이 눈길을 끈다. 내가 한 언행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다, 라는 사실을 공감하는 순간이다. 내가 한 말을 어떻게 받아 들이냐는 것은 순전히 상대에게 달렸다. 내 언행의 전부를 상대가 이해하기를 바란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고 욕심이다. 나는 말하고 상대는 해석한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해석한 그것이 정답이다. 세상엔 수많은 밥이 있고, 그 밥을 먹는 방식은 입맛마다 다르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