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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특기 없는 게 한계이자 장점”

연합뉴스
등록일 2014-01-06 02:01 게재일 2014-01-0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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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개봉 `플랜맨` 주인공 맡은 정재영
배우 정재영은 최근 몇 년간 바쁜 나날을 보냈다. `내가 살인범이다`(2012)에선 범인을 잡고자 애태우는 집념의 형사로, `열한시`(2013)에선 아집과 독선에 빠진 천재 과학자로, `우리 선희`(2013)에선 영화감독으로 열연했다. 2년간 3편의 영화를 선보인 그가 또다시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과 만난다. 성시흡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플랜맨`을 통해서다.

`플랜맨`은 모든 것을 계획하던 남자가 계획에 없던 한 여자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휴먼 코미디다. 정재영은 `플랜맨`인 `정석` 역을 맡았다. 매사에 알람을 설정해놓고 모든 것을 계획할 뿐 아니라 각종 소독제를 휴대할 정도로 결벽증을 지닌 캐릭터다.

오는 9일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정재영을 만났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캐릭터나 소재가 재밌었어요. 최근에 어두운 성격의 역할을 많이 해서 조금 밝은 걸 하고 싶었는데, 그런 밝은 부분이 좋았던 것 같아요.”

그는 영화에서 결벽증이 있는 정석이 되고자 그동안 잘 쓰지 않던 안경을 착용하고 2대8 가르마도 선보였다.

“남자주인공으로서 정석은 호감이 안 가는 인물이죠. 일반적으로 여자들이 싫어하는 캐릭터입니다. 게다가 제 얼굴도 비호감이잖아요.(웃음). 관건은 비호감이었던 정석을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호감 있는 인물로 바꾸는가였어요. 그런 부분을 신경쓰면서 연기했습니다.”

영화에서 그는 암기의 천재로 등장한다. 한 번 보면 모든 걸 기억하는 인물인데, 여기에 결벽증까지 앓는 독특한 캐릭터다. 하지만 현실의 그는 정석과 정반대라고 한다. 암기력은 밑바닥이고, 성격은 털털한 편.

“저는 암기를 못하는 배우 중 하나입니다. 사극 같은 거 보면 어떤 배우들은 한 번에 몇 장의 대본을 외우는 거 같던데, 저는 그런 습관이 안 돼 있어요. 저라면 (그렇게 하는 게) 어려울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 선희`에선 긴 호흡의 대사를 천연덕스럽게 해냈다. 당일 대본이 나와서 긴 연습시간 없이 바로 촬영에 들어가야 하는 악조건을 극복하고서다.

“홍상수 감독님은 영화에 대한 목표가 뚜렷하신 분이세요. 연출에 대한 방향이 명확해서 배우들도 힘들이지 않고 연기할 수 있죠. 아침에 받은 대본으로 15분이 넘는 분량을 외웠어야 했는데, 일상적인 대사여서 생각만큼 어렵진 않았던 것 같아요. 재밌는 경험이었죠.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데다가 술까지 마시고 연기해야 해서 조금 어렵긴했죠.(웃음) 하지만, 재밌고 뜻깊은 작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배우들도 한 번 경험해봤으면 좋겠어요.”

정재영은 올여름 개봉할 예정인 사극 `역린`과 `방황하는 칼날`에도 출연한다. 만 2년이 안 돼 무려 6편의 영화에 얼굴을 내비치는 것. “제가 독특한 개성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무난하잖아요. `열한시`처럼 무거운 역할을 하고 나서 `플랜맨`처럼 가벼운 역할을 할 수 있는 캐릭터인가 봐요. 선입견이 없다고 해야하나… 장점이라면 그게 장점이죠.” 그러나 이처럼 “주특기가 없다는 점”은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정재영`하면 딱 떠오르는 게 없잖아요. 로버트 드니로나 알 파치노, 숀 펜처럼 카리스마를 뿜어내거나, 톰 행크스처럼 드라마에 잘 어울리는 소시민도 아니고, 현빈 같은 꽃미남은 더더구나 아니고요. 주특기가 없는 게 저의 한계죠.” 하지만 `한계를 알면서부터 진짜 인생이 시작된다`는 어떤 소설가의 말처럼, 데뷔한 지 20년이 넘은 그는 이제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한다. “열심히 하자”는 단호한 각오와 함께 말이다.

“어떤 역할을 하건 최소한 욕을 먹지 않아야겠죠. 항상 잘하고 싶지만, 태생적인 한계라는 게 있어요. 그런 부분을 잘 극복해야 할 것 같아요. 신념을 잃지 않고, 남 탓하지 않으면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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