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개봉 영화 `창수`서 주인공 맡은 임창정
영화 `창수`에서 주연 창수 역을 맡은 임창정<사진>의 말이다.
이덕희 감독이 연출한 `창수`의 개봉(28일)을 약 일주일 앞둔 지난 22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임창정을 만났다.
`창수`는 뒷골목 건달의 순정을 그린 누아르다. 거대 조직 보스의 여자를 사랑하게 된 뒷골목 건달의 비극을 그렸다. `창수`라는 캐릭터 이름을 제목으로 사용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듯, 영화는 임창정을 위한 작품이다.
“`창수`는 우리네 남자들 이야기입니다. 창수처럼 불의를 보면 나서려고 하잖아요. 그러나 실상은 다르죠. 억울해도 참고 살아가는 것, 그게 남자의 일생인 것 같아요. 자식이 있고, 부모님이 계시기 때문에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어요. 창수의 대사 중에 `죽는 것만이라도 내 마음대로 하고 싶다`는 말이 있어요. 저도 공감했던 말이고, 영화를 보는 많은 남성도 공감할 만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임창정은 한때 `타고난 연기자`라는 말을 들었다. 그의 연기에는 슬픔과 비극, 엉뚱함이 공존했다. `색즉시공`(2002)에서의 슬픔이 담긴 코미디, `행복한 장의사`(2000)에서는 따뜻한 드라마, `시실리 2Km`(2004)에선 엉뚱한 스릴러 연기가 돋보였다.
충무로에선 그의 재능을 아꼈고, 가요계에선 그의 목소리를 탐했다. 각종 영화상과 가요상을 싹쓸이하며 한때 최정상의 자리에 있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옛말처럼 권세는 십 년을 가지 못하고(權不十年), 열흘 동안 붉은 꽃은 없었다(花無十日紅). 인기나 권력의 속성은 원래 그런 것이다. 다만, 떨어지는 속도와 각도만 다를 뿐.
“사람은 주변환경에 따라 누구나 다 변합니다. 다행히 저는 제가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어요. 선배들이 해주는 말을 허투루 안 들었습니다. 세월이 흐르다 보니 알게 된 건데 나이 든 사람이 이야기해주는 건 틀린 게 하나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마음이 덜 아팠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내리막을 서서히 걷고 있을 때, 예고도 없이 이혼이라는 위기가 그의 삶을 강타했다.
“아무리 화가나도, 한숨만 새어나와도 화장실에 들어가서 막 웃었어요. 계속해서 그렇게 웃었어요. 그런 훈련을 계속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화를 내도 웃는 얼굴이 돼 있는 거예요. 화가 나 있는 상황에 누군가로부터 `좋은 일 있나보지?`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노력하다보면 바뀌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어린 시절 조 패시와 로버트 드니로를 좋아하며 배우로서의 꿈을 좇았던 그는 이제 마흔을 넘겼다. 인생이란 굴곡의 연속이란 사실도 조금은 알게 됐다. 또, 미래란 알 수 없기에 지금은 그저 “맡은 소임에 온 힘을 다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됐다.
“어떤 역할이든 자신 있어요. 주연만 맡는 게 아닙니다. 저는 대중이 원하는 대중예술을 하는 사람입니다. 예능도 하고, 노래도 하고, 연기도 하는 배우입니다. 누군가 옷을 입혀주면 멋들어지게 입는 사람일 뿐입니다. 옷을 고를 만한 위치는 아닙니다.”(웃음)
임창정은 콘서트 일정을 마무리하고 나서 내년 봄쯤 다시 영화에 도전할 예정이다. 그는 액션스릴러, 휴먼드라마, 코미디 중 두 편 정도에 출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