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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음향은 그대로, 색만 좀 바로잡아”

연합뉴스
등록일 2013-11-18 02:01 게재일 2013-11-18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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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 10년만에 디지털로 재개봉하는 박찬욱 감독

박찬욱<사진> 감독의 `올드보이`(2003)는 한국영화로는 처음으로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이후 한국영화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고, 여전히 한국영화특별전이 열리는 해외 영화제에서 단골손님으로 초대받는다. 최근에는 할리우드의 명장 스파이크 리 감독이 리메이크에 도전하기도 했다.

작품은 이렇게 고전의 반열로 올라섰지만, 상품의 질은 점점 퇴락했다. 세월의 풍화에 따라 필름에는 먼지가 끼었고 색은 바래졌다. 이곳저곳 생채기(스크래치)도 생겼다. 박 감독은 해외 영화제를 다니면서 이른바 “비오는” 화면을 봐야 했다. “언젠가 디지털로 보정해야겠다”는 생각이 그의 마음을 두드렸다.

`올드보이`가 개봉한 지 10년 만에 디지털 리마스터링 기술로 다시 태어나 이달 재개봉한다. 개봉에 앞서 박찬욱 감독을 최근 서울 홍익대 인근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10년 만에 `올드보이`를 새롭게 선보이는 심정은.

△필름 시절에 만든 것이어서 많이 낡았다. 세계 여기저기서 상영되는데 먼지 끼고, 비 오는 프린트로 상영되는 게 안쓰러웠다. 디지털시네마로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평소에 있었는데, 당시 함께 한 임승용 피디(현재 용필름 대표)가 재개봉 의견을 냈다. 나도 디지털시네마로 만들 기회여서 의견을 같이했다. 편집과 음향은 전혀 손대지 않았다. 스크래치와 먼지를 제거하고 색을 좀 바로잡았다.

-`올드보이`는 칸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영화다. 특별한 애착이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만든 영화들 모두에 애착이 간다. 또 부끄럽기도 하다. 돌이켜보면 `올드보이`는 내 경력에 딱 중간이 있는 작품이다. `올드보이`를 기점으로 전에 4편, 후에 4편을 만들었다. 그래서 그런지 한창 시절의 느낌이 난다.

-내한하는 스타들이 한국영화 중 가장 많이 언급하는 영화가 `올드보이`다.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이라 보나.

△내 영화에서 `올드보이`는 이제 대표작이 됐다. 마치 컬트영화처럼 돼 버렸다. 그렇게 된 이유는 잘 모르겠다.

-`올드보이`로 인한 신상의 변화는.

△`올드보이` 덕택에 미국에서 각본이 들어왔다. `스토커`를 만들기까지의 여정이 그때 발단이 됐다. 할리우드 배우가 나오고 영어로 영화를 만드는, 정말 상상도 못한 일이 벌어지게 된 거다. 그 일의 시발점이다.(`스토커`에는 할리우드 유명 여배우 니콜 키드먼을 비롯해 매튜 구드, 미아 바시코브스카 등이 출연한다.)

-스파이크 리 감독이 `올드보이`를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를 한다. 특별히 허락한 이유는.

△스파이크 리 감독을 개인적으로 잘 모른다. 다만, 미국판 리메이크 작업에 참여하는 프로듀서와 친분은 있었다. `스토커`를 찍을 당시 그 친구가 편집실에 놀러 오라고 초대했는데 바빠서 못 갔다. 당시 미안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안 가길 잘한 것 같다. 띄엄띄엄 보는 것보단 한 번에 완성품을 보는 게 낫다.

-`스토커`로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차기작도 할리우드 작품인가.

△미국에서 각본을 받아보고 있다. `스토커`를 찍으면서 할리우드에서 한 편 더 하자고 했다. 일단 연말까지는 할리우드의 각본을 받아볼 생각이다. 하지만 인생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것 아닌가. 차차기 작으로 내정된 국내 작품 `아가씨`(새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한 작품)를 먼저 할 수도 있다.(웃음).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만들었는데 꼭 만들고 싶은 영화는 있나.

△미국 스튜디오에 서부극, 스파이 스릴러, 공상과학 장르의 영화 시나리오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꼭 하고 싶은 장르의 영화들이다. 뮤지컬 영화도 한 편 찍어보고 싶다. 한국에서는 사극을 하고 싶다. 조선시대나 그 이전 시대를 배경으로, 점잖은, 요란하지 않은 분위기의 영화를 만들고 싶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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