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현, 세 개 극장 갖춘 복합공연장 건립 中 내년 2월 개관
지난 12일 대학로 동숭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조재현은 “돌아가신 저희 형과 제가 어렸을 때 뛰놀던 운동장이 대학로”라며 “그 시절을 생각하며 지은 극장”이라고 소개했다.
조재현은 영화와 TV드라마 등을 통해 이름이 더 잘 알려졌지만, 공연계에서도 잔뼈가 꽤 굵다.
`에쿠우스`, `민들레 바람 되어`, `경숙이, 경숙 아버지` 등의 무대에서 직접 연기를 선보였을 뿐만 아니라 작품성과 흥행성을 갖춘 연극을 만들어 관객 저변을 확대했다고 평가받는 제작사 연극열전의 프로그램 디렉터로 2007년부터 6년간 재직했다. 경기도문화의전당 이사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최근에 그는 새 극장의 운영과 연극 제작을 겸할 회사 `수현재`를 설립했다. 형의 이름 `수현`과 자신의 이름을 합쳐 지은 회사명이다.
조재현은 새 극장 중 각각 400석·300석 규모인 두 곳은 임대하고 나머지 한 곳은 `수현재`의 연극 공간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3층에 있는 250석 규모 극장에서는 수현재가 제작한 연극을 주로 선보이는 공간이 될 겁니다. 매년 창작극 한 편을 포함해 네 편을 제작해 올리려고 합니다. 그리고 공연을 하지 않는 낮 동안에는 이곳에서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를 상영할 겁니다. `김기덕 류`의 작품처럼 상영관을 확보하기 어려운 작품 말입니다. 물론 연극 공연장이기에 영화 상영관으로서 좋은 환경이 아닙니다. 관객이 많이 찾는 황금 시간대를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렇기에 돈은 받지 않고 스크린을 내줄 계획입니다. 백 점짜리 조건은 아니지만 이런 걸 한번 해보고 싶었습니다.”이 극장의 개관작은 창작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작·연출 황재헌)로 정했다. 오는 29일부터 내년 1월19일까지 대학로문화공간 필링1관에서 공연한 후 내년 2월에 새 극장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그와 그녀의 목요일`은 지난해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첫선을 보인 작품이다. 저명한 역사학자인 `정민`과 국제분쟁 전문기자인 `연옥`이 매주 목요일마다 만나 토론을 펼친다는 이야기다. 친구와 연인 사이를 오가는 중년 남녀의 사랑·우정·증오·용서 등의 감정이 내밀하게 그려진다.
조재현은 초연 무대에서 주인공 `정민`으로 분했다.
“작품이 짜임새 있고, 재미도 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냉정하게 얘기해서 좀 더 재미있었으면 좋겠다는 평도 들었고요. 창작극을 만드는 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대중에게 폭넓게 사랑받는 작품은 5~10년에 한 번꼴로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와 그녀의 목요일`을 하며 (뜨거운 반응에) 깜짝 놀랐습니다.”중년 관객을 염두에 두고 제작됐지만, 작품에는 20~30대 정서에서도 공감할 만한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정민과 연옥이 회상하는 대학 시절 풋풋한 사랑이나 부모와 자녀 간 갈등이 그려지는 부분에선 젊은 관객들도 고개를 끄덕일 법하다.
이번 대학로 공연에서 조재현은 배우 정은표·박철민과 번갈아 정민 역을 맡는다. 작품 속 웃음 요소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 캐스팅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조재현은 인지도 있는 동료·선후배 배우들에게 연극을 하자며 `꼬드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 때문에 “내 연락을 후배들이 피한다”며 농담을 했다.
그는 “나를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곳”이라서 연극 무대가 좋다고 했다.
“40대 중년의 나이를 넘어서면서 작은 도전들을 놓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하고 싶은데`라는 생각이 들어도 나이가 들면 실천을 못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이 나이 먹어서 뭘 하겠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죠. 큰 꿈이랄 것은 없습니다. 하지만 작은 꿈을 이뤄나가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