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의사소통에 이르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말해주는 예시 같다. 인간은 예민한 동물이다. 상대가 소통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아닌지 상대의 말을 들어보지 않고도 곧바로 알아챈다.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십분의 일초의 판단만으로도 우리는 그것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한 마디 말 이상의 몸짓이 우리 자신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스스로 의식하든 그렇지 않든, 부지불식간의 몸짓 언어는 상대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어린이와 부모가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유독 의사소통이 부자연스런 한 경우를 볼 때가 있다. 찌개를 끓이면서 아버지가 뭔가를 묻고, 곁에서 돕는 아들이 대답하는데 부자는 서로의 눈을 피한다. 눈 맞추지 않고 나누는 대화는 겉돌 수밖에 없다. 찌개가 넘칠까 걱정 되고, 파에 묻은 흙을 털어내야 한다 해도 서로의 눈을 마주보지 못할 정도로 틈이 없는 건 아니다. 본인들도 의식하지 못한, 습관처럼 굳어진 소통 방식으로 보인다. 다만 그것이 불편하다는 것을 당사자나 시청자나 느낌으로 알기는 한다.
몸과 입으로 다 말하는 인간의 방식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어느 것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고가 없는 그 둘을 인식하는 노력만으로도 소통에서 오는 불편함을 덜어낼 수 있다. 소통의 달인이 될 필요는 없겠지만 상대의 작은 몸짓, 하찮은 말에도 귀 기울이다 보면 신뢰할 수 있는 소통의 길은 열릴 것이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