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이 영화가 내 심장을 다시 뛰게했죠”

연합뉴스
등록일 2013-11-08 02:01 게재일 2013-11-08 14면
스크랩버튼
김선아 `더 파이브`로 스릴러 도전… 복수 나선 여자역 열연

“이번이 열 번째 영화예요. 매번 이게 제일 중요하고 최선을 다한다고 해왔는데, 어느 날 내가 되게 지쳐 있더라고요. 좀 쉬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쯤 만난 작품이 `더 파이브`예요.”

김선아(38) 만큼 TV와 스크린에서 공히 사랑받는 여배우를 국내에서 찾기 어렵다.

드라마와 영화 제작자, 감독들이 `믿고 맡기는` 배우가 되기까지 그가 흘린 땀과 눈물이 적지 않았을 터.

첫 스릴러 도전작 `더 파이브` 개봉을 앞두고 지난 6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김선아는 배우로서 지난 10년의 여정을 지나오며 많이 지쳐 있었다고 털어놨다.

“배우라는 길을 온전히 가면서 나를 스스로 가둬버린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에는 워낙 집중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방해하는 게 싫어서 차단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작품 들어가기 시작하면 내 작품의 울타리 안에서만 있고 그동안에는 사람들한테 연락도 안 하고 다 버리는 거죠. 그게 날 힘들게 한다는 걸 늦게 안 거예요. 집중력은 좋지만 외롭고 고독한 길을 걸을 수밖에 없게 됐고. 그렇게 작품 하나하나에 모든 걸 쏟다 보니 지쳤나 봐요.”

그런 그에게 “운명적인 만남”으로 다가온 작품 `더 파이브`는 새로운 활력을 줬다. 특히 이번에 연기한 인물 `은아`가 남긴 의미가 크다고 했다. `은아`는 사랑하는 남편과 딸을 하루아침에 잃고 휠체어에 의지하게 됐지만 자신을 그렇게 만든 연쇄살인범에게 처절한 복수를 꾸미는 인물이다.

“그렇게 행복했던 여자가 하루아침에 너무 불편하게 살게 돼요. 연기이긴 하지만, 내가 그 삶을 살다 보니 감당이 안 되더라고요. 사람이 아주 작은 거라도 뭘 겪어봐야 감사함을 느끼잖아요. 그런 걸 느끼게 해줘서 `은아`란 여자가 참 고마웠어요. 그동안 많은 여성의 삶을 연기했지만, 이 여자만큼 이렇게 가슴 속 깊이 남은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 한 인간으로서 지쳐 있던 저에게 내가 가진 것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게 해줬고 배우로서 다시 심장이 뛰게 해줬어요. 영화를 보시는 분들도 그런 걸 느꼈으면 좋겠어요. 스릴러에 상업영화지만, `이게 나라면?`이라는 생각을 해보면 좋겠어요.”

그는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읽고 단번에 매료됐다고 했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벌써 내가 휠체어 타고 돌아다니는 모습이 머릿속에 쫙 그려졌어요. 이대로의 은아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죠. 가위로 직접 막 자른 듯한, 빨랫비누로 감은 듯한 머리도 그렇게 나왔어요. 감정이 없어졌고 메마른 여자니까. 이전에 누구한테 사랑을 받았을 때와 그렇지 않게 됐을 때의 차이는 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 생각이 감독님과 잘 맞았어요.”

극단의 상황에 부닥친 인물이면서도 감정이 메말라 표현을 거의 하지 않는 연기를 하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처음엔 감정 표현이 너무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런데 나라도 그런 상황이 되면 그럴 것 같고 말하고 싶지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누구랑 말을 섞기 싫은데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때의 그 정상적이지 않은 호흡 같은 것을 표현하는 게 어려웠어요.”

복수의 마지막 장면을 찍을 때도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공허함이 밀려오더라고요. 그렇게 어렵게 끝까지 왔는데, 너무 허무한 거예요. `아, 이게 정말 사람의 인생이구나` 싶었죠. 또 이 영화의 모든 사람이 이해가 되니까 가슴이 아팠어요. 다들 힘들게 살아가다 목적이 있어서 모인 사람들이니까요. 심지어 그 `놈`(살인마)마저도 그가 사랑하고 집착했던 감정이 이해가 됐죠. 사람이 살아가는 데 처절한 것들, 그런 인간 관계들을 생각하게 되다 보니까 `이 영화, 사람 참 힘들게 한다` 그랬어요(웃음).”

극중 은아가 복수의 조력자인 4인방을 자신이 살았던 옛 집으로 데려가 사랑하던 가족이 살인마에게 어떻게 당했는지 털어놓는 장면을 찍으면서는 통곡을 했다고.

“전날 찍은 마지막 장면의 느낌이 계속 이어져서 더 그랬어요. `여기가 그곳입니다`라는 대사를 할 때부터 눈물이 터져서 주체가 안 됐죠. 분장실 들어가서 울었는데, 촬영하면서 이렇게 통곡하기는 처음이에요. 울어야 하는 연기가 아니고 가만히 있어야 하는데, 누를 수가 없어서 정말 미치겠더라고요. 그날 참 힘들었어요.”

반신불수 장애를 안은 인물을 처음 연기하면서 진짜 그렇게 보이려고 공을 많이 들였다고 했다.

/연합뉴스

방송ㆍ연예 기사리스트

더보기 이미지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