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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힘들지만 소중한 기회라 기뻐”

연합뉴스
등록일 2013-11-06 02:01 게재일 2013-11-0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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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로 돌아온 주원, 뮤지컬 `고스트`서 샘 역 맡아

끝내 몸살이 났다.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뮤지컬 연습으로 빈틈없이 꽉 채워진 스케줄에 결국 몸이 버텨내지 못했다.

하지만 주원(26·본명 문준원)은 “괜찮다”고 했다.

으슬으슬 추운지 담요를 끌어다 무릎을 덮으면서도 그는 “이렇게 내 얘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소중하다. 질문을 받으며 내 생각을 정리하고 잊고 지내던 옛 얘기를 꺼내볼 수 있어서 참 좋다”고 말했다.

4일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주원을 만난 건 그가 출연하는 뮤지컬 `고스트`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TV스타로 승승장구 중인 그가 무대로 돌아온 이유가 뭘까.

주원은 2006년 대학교 1학년 시절을 떠올렸다. 뮤지컬 `알타보이즈`로 무대에 첫발을 내디딘 시절의 얘기다.

그는 “살면서 잘한 일을 몇 개 꼽자면 바로 그때”라며 말을 이었다.

“당시 무대에 대한 압박이 심했어요. 주위에서 뭐라 탓하지도 않았는데 뭔가 풀리지 않는 느낌이 계속 들었죠. 큰 벽을 마주한 느낌이었죠. `리더` 역할로 공연을 이끌어야 했지만 무대에 대한 자신감은 떨어졌고, 스트레스로 말까지 더듬게 됐죠.”

그때 그를 일으켜 세운 게 바로 함께 출연한 배우 형들이었다.

“제가 힘들어하는 걸 알고 형들이 저를 더 북돋워줬어요. 배역에 몰입할 수 있도록 평소에도 막내인 저를 리더처럼 대우해줬어요. 아이인 것처럼 어르는 게 아니라 `너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보라`며 용기를 줬어요.”

그때의 무대를 통해 얻은 연기 동력은 지금의 주원을 지탱하는 힘이라고 했다.

2010년 KBS 2TV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악역 구마준을 통해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은 후 KBS 2TV `오작교 형제들`(2011)·`각시탈`(2012), MBC `7급 공무원`(2013)에 이어 최근 종영한 KBS 2TV `굿닥터`에서까지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일 수 있었던 건 `형들`과 함께한 뮤지컬 무대 덕분이었다는 거다.

그가 다른 일정을 줄이고 본격적인 뮤지컬 연습에 들어간 건 지난달 9일부터다. 2주간 종로 연습실에서 몸을 풀고 지난달 25일부터는 공연이 열리는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노래와 움직임을 맞춰보고 있다.

일약 `스타`가 된 후 다시 서는 뮤지컬 무대에 대한 감회를 물었다.

`감개무량하다`는 식의 과장 대신 “식당 아주머니들이 알아보시고 음식을 더 챙겨주신다”며 웃었다.

“변한 건 없어요. 연습실에 가서 노래하고, 때 되면 밥을 먹고…. 대신 배우 형들이 `꼭 식당은 주원이랑 함께 가야 한다. 그래야 서비스가 나오지~`라고 농담을 해요. 또 그러면서도 사람들이 많은 식당은 피해 주기도 하고요. 보이지 않는 배려죠. 저는 그대로지만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주위 분들이 신경을 더 많이 쓰게 된 것 같아요. 송구한 일이죠.”

`고스트`는 페트릭 스웨이지(샘 역)와 데미 무어(몰리 역)의 사랑을 그린 영화 `사랑과 영혼`(1990)을 뮤지컬로 만들어 2011년 영국에서 초연한 작품이다.

한국어 라이선스 공연으로 국내에 첫선을 보이는 이 작품에서 주원은 `샘` 역으로 무대에 선다.

죽어서도 연인 곁을 떠나지 않는 샘의 사랑이 현실에도 존재할까.

그는 그런 `영원한 사랑`이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다만 예전엔 “나는 그런 사랑을 할 거다”라고 확고히 말했다면 지금은 “그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한 마디를 덧붙이게 된다고 했다. 마치 `산타클로스는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기 싫은 아이의 마음과도 같은 거다.

“어렸을 때부터 변하지 않는 사랑을 꿈꿨어요. 지금도 물론 그렇고요. 하지만 주위에선 사람의 마음이 변하는 건 당연한 현실이라고 얘기를 해요. 저는 가능할 것 같은데…. 그 믿음의 크기가 예전만큼은 아닌 것 같아요. 그래도 샘을 연기하면서 그런 진정한 사랑을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아요.”

주원은 중학교 3학년 때 연극배우가 되려고 했다. “연극은 가난한 예술”이라고 말하는 어머니의 말에도 “라면만 먹고 살아도 된다”고 우기던 아이였다. 그리고 그런 고집은 그를 무대와 브라운관·스크린을 아우르는 `전천후 배우`로 성장시켰다.

그는 빡빡한 일정으로 고단하다 느껴질 때마다 그때 엄마에게 했던 그 말을 떠올린다고 했다.

“몸이 아무리 힘들고 몸살이 나도 생각만큼은 `고되다`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요. 좋은 작품을 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누리고 있는 거니까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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