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덕환, 2차 세계대전 당시 1940년대 그린 연극 `웃음의 대학` 주역
`오이디푸스 왕`, `메데아`, `엘렉트라` 등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그리스 비극을 비롯해 16세기 영국 대문호·19세기 러시아 대작가의 작품을 인정하지 않는 건 자칫 교양이 없거나 취향이 세련되지 못한 사람으로 여겨지기 일쑤다.
하지만 배우 류덕환(26)은 “나는 고전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호기롭게 말한다. 정확히 말하면 “현재의 상황에 조응하지 않는 고집스러운 고전극”에 반대한다는 거다.
그는 “글이 집필된 시기와 지금 사람들의 감성은 엄연히 다르다”며 “예를 들어 체호프의 작품이 좋다고 해서 말투와 어휘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올리면 관객을 설득할 수 없을 것”이라며 자신의 견해를 당당히 폈다.
고전의 `오리지널리티`를 중시하는 선배 배우·연출가들과 부딪치는 의견인 셈이다. 하지만 류덕환은 눈치를 보거나 신중하게 말을 고르기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말했다.
“변화없는 고전을 고집하는 건 발전을 요구하면서 동시에 발전을 막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류덕환을 만난 건 요즘 그가 연극 `웃음의 대학` 공연을 위해 연습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서다.
`웃음의 대학`은 1940년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웃음을 잃어버린 시대에 웃음을 전할 수 있는 작품을 공연하려고 검열을 신청한 작가와 희극 따위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냉정한 검열관의 이야기를 그린 2인극이다.
류덕환의 상대역인 송영창(검열관 역)은 황정민(작가 역)과 함께 2008년 `웃음의 대학` 국내 초연 무대에 서기도 했다.
“두 배우가 연기하는 `웃음의 대학` 초연을 봤어요. 그때 심정은 `저 작품은 하면 안되겠구나` 였죠. 뭔지 모르겠는데, 막연히 두려웠어요.” 하지만 5년이 흐르면서 “무슨 변화가 있었는지 모르겠다”면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간 쌓인 연기 경험 덕이기도 하고, 연출·극작에도 관심을 두면서 키운 `도전 정신` 때문이기도 할 터다.
실제 그는 올해 초 옴니버스 단편영화 `스토리 오브 맨 앤 워먼 (Stories of Men and Women)`을 직접 만들어 자신의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도 했고, 지난 9월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에 진학해 연출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자신의 생각을 더 잘 표현하는 법을 알고 싶어서 하는 시도란다.
“울어 보이지 않고도 보는 이를 울리고, 웃지 않고도 웃길 수 있는 표현을 하고 싶어요.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더라고요. 제 단편영화를 본 사람들 얘기를 들으면서 `생각과 상상을 타인에게 전해주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구나`라는 걸 깨달았어요.”
인터뷰를 마친 그는 학교로 향했다. 석사 과정 첫 학기를 보내며 `창작의 고통`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는 말을 남기고.
“배우라는 직업을 제 천직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어요. 다만, 조금 더 잘 해보고 싶은,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직업입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