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소심하고 주변머리 없는 아이가 있었다. 존재감 없는 그 아이는 수업 시간에 단 한 번도 자발적으로 손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다른 아이들처럼 선생님 눈에 띄고도 싶고 친구들에게 인정도 받고 싶었지만 몸과 마음은 따로 놀았다. 마음 같지 않은 아이의 몸 신호는 언제나 `나도 저 아이들처럼 나를 말하고 싶어요.` 라고 말하고 있었다.
어느 한 해 다행히 아이는 어질고 인내심 많은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다. 선생님은 눈에 띄게 자신감 없는 아이를 위해 부러 발표를 시키고, 틈만 나면 대화를 유도했다. 하지만 아이는 기질적, 환경적 제 한계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했다. 한 사람의 성정이 쉽게 바뀔 리 없다는 걸 깨친 선생님은 방법을 달리했다. 의식적으로 뭔가 하도록 이끌기보다 그 아이의 작은 행동 하나에 의미를 부여했다.
우연히 만들기 시간에 아이의 손재주를 발견한 선생님은 지나치듯이 한 마디 칭찬을 했다. 손으로 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흥미를 느끼고 몰입하는 그 아이를 위해 무심함을 가장한 칭찬 세례를 이어나갔다. 우물쭈물하고, 민숭민숭하기만 한 아이에게 맞춤한 접근 방식이었다. 아이는 여전히 말이 없었지만 제게 손재주 하나는 있구나, 하는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 아이는 훗날 전통옷 만드는 일로 일가를 이루었다.
제 소심함에 겨워 떨었던 몸짓을 섬세한 눈으로 지켜봤던 선생님을 추억하는 그 아이가 말한다. 무심한 듯한 선생님의 적극적인 낯빛이 지금의 자신을 있게 했다고. 여전히 말로서 자신을 드러내는 데는 재주가 없지만 여문 손끝으로 모든 걸 보여주는 그이가 강조한다. 모든 시작은 우연하고 작은 것에서 출발한다고. 제 작은 몸짓을 눈여겨 봐주는 세상 모든 이가 스승이라고.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