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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 있는 사람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3-05-28 00:08 게재일 2013-05-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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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수많은 제자 중 언변에 능한 이는 자공이었다. 공자와 자공의 대화에서 자주 회자 되는 것 중의 하나가 `좋은 사람`에 관한 것이다. 자공이 묻는다. 마을 사람 모두가 좋아하는 사람은 어떠하냐고. 공자가 대답한다. 좋은 사람 아니라고. 그렇다면 마을 사람 모두가 미워하는 사람은 어떠한지 여쭤본다. 공자는 다시 답한다. 역시 좋은 사람이라 할 수 없다고. 마을의 좋은 사람이 좋아하고, 마을의 좋지 않은 사람이 미워하는 사람만 못하다고.

인간은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이다. 자연스레 인간관계에 많은 정성과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나아가 가능하다면 모든 이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기를 원한다. 청소년 시기에 왕따 때문에 극단적 행위를 하거나, 사회에 나가 조직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괴로워하는 건 그만큼 관계망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얽히고설킨 현실에서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란 소리를 듣긴 어렵다. 그런 사람이 될 수도 없고 될 필요도 없다.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길 바라는 이라면 그는 정치꾼이거나 기회주의자에 가깝다. 겉으로만 좋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자신만의 색깔이냐 향기가 없거나 있더라도 그걸 애써 숨기려 하기 때문이다. 애매모호한 중립의 도덕성을 내세워 `나는 이쪽이다` 대신 `나는 기회주의자입니다`라는 비겁의 실리를 택한다.

나만의 견해가 있다는 건 뭐든 좋다는 식의 꼼수부리는 것보다는 진솔하다. 비록 당파성을 나타내는 약점이 있더라도, 좋은 걸 좋다하고 나쁜 걸 나쁘다 말하는 건 공자가 바라던 바였다. 가장 나쁜 예는 좋은 것은 좋다고 쉽게 말할 수 있는데, 나쁜 것은 나쁘다고 말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나쁜 사람에게 욕 좀 먹으면 어떠랴. 좋은 사람들로부터 좋은 소리를 듣고, 나쁜 사람으로부터 나쁘다는 소리를 듣는 건 명예스런 일이다. 세상엔 나쁜 사람보다 좋은 사람이 절대다수이다. 악덕한 사람들이 내는 나쁜 소리 정도는 거부할 수 있어야 공자가 말한 좋은 사람 대열에 낄 수 있는 것 아닌가.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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