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완전도로

등록일 2013-05-23 00:25 게재일 2013-05-23 18면
스크랩버튼
▲ 안병국 포항대학교 세무부동산계열 겸임교수

우리가 일상에서 이용하고 있는 도로는 자동차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현재의 도로에서 자동차를 제외한 다른 교통수단의 이용자나 보행자는 안전한 것과 거리가 멀고, 편리함 마저도 떨어져서 이용되고 있는 것이 보편적 상황이기도 하다. 지금은 보행 및 자전거에 대한 관심과 활성화로 많은 도로시설이 개선됐지만 효과가 그리 좋지 않으며, 이용자들 간에 서로 상충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완전도로(complete streets)는 자동차가 아니라 사람을 위한 도시공간을 실현하고, 교통수단의 보유수준과 관계없이 통행권을 보장하고, 도시경관을 제고하는 도로라고 한국교통연구원에서 말하고 있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완전도로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은 1971년 오리건주에서 `자전거법`이 제정돼 도로를 만들거나 수리할 때 자전거나 보행자를 위한 시설을 갖추게 한 것이 계기가 됐으며, 이후 1984년 플로리다주 교통계획에 자전거, 보행자시설을 충분히 검토하라는 플로리다주 법을 제정하면서 2003년 도시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한 시민단체에 의해서다. 네덜란드의 `보너르프` 영국의 `홈존`도 완전도로의 개념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청주시에서 자동차로부터 빼앗긴 도로를 보행자에게 되돌려주는 완전도로를 올해 9월까지 만든다고 한다. 청주시는 지방자치제가 성숙돼가면서 주민의 이해와 지지없이는 도시재생정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려준 국내 대표적 도시이다. 청주시의 시민운동 역시 특정정책이나 사안에 대해서 반대운동을 넘어서서 주민합의가 이뤄진 정책이라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데 참여하면서 그 주체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방향을 택하고 있다. 청주시는 안전행정부가 주관해 공모한 `안전한 보행 환경사업`에 시범도시로 선정되면서 국비 5억원, 시·도비 5억원을 받게 됐다. 도심의 아파트단지와 학교가 밀집한 지역에 1km를 조성하고 있다. 왕복 4차선 도로를 왕복 2차선 도로로 줄이고 차선 옆에 벨트화된 공원과 자전거도로와 보행자 도로를 만들고, 차량속도를 줄이기 위해서 직선의 도로를 곡선의 행태로 변경하는 방식이다. 청주시에서는 이 도로를 그린도로(green street)라고도 한다. 청주시에서는 이번 사업이 아직 시범정책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도시 내부 도로가 보행자 중심의 친환경적인 모습으로 바뀔 수 있도록 하는데 그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완전도로의 발걸음을 잘 내딛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개선해야할 문제점은 첫째, 교통 관련 법규정에서 보행과 자전거는 교통수단으로서의 지위가 낮다는 것, 둘째, 보행, 자전거, 대중교통, 각 수단별로 다양한 개선이 이뤄지고 있으나 각 교통수단만 그 대상이 된다는 점, 셋째, 자동차 중심의 도로시설은 보행자, 자전거, 자동차 간의 상충에 대한 대응책이 부족한 것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우리는 청주시의 노력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해야 할 것이다.

완전도로를 구현한 외국 사례를 보면 교통안전을 실현하면서, 국민건강을 증진시키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며, 교통약자를 보호하며, 도심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5가지 측면에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도시재생 사업으로 이루어진 완전도로의 성공은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길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의식에 있다고 할 것이다. 좁아진 도로의 불법주차, 자전거도로의 오토바이 통행, 보행자 도로의 불법 적재물은 조성된 거리의 이미지를 깨끗이 망친다.

국내 도로를 완전도로라는 시각으로 바라볼 때 열악한 시설을 제공하고 있다. 완전도로를 도시재생의 한 방법으로서 도입할 때다. 이제까지 도심에 보행자도로를 없애고 자동차에게 편리한 통행권을 제공해주는 정책을 펴왔다면 통행권을 보행자에게 돌려주면서 도심의 걷고 싶은 도로를 만들어 도시재생을 실현할 때인 것 같다.

특별기고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