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박희천 교수팀 확인<br>안동댐 8km 거리 무인도서<br>20여마리와 둥지·알 등 발견
바닷가에서나 볼 수 있는 갈매기가 안동호(湖)에서 알을 낳는 등 무리를 지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오후 경북대학교 생물학과 박희천 교수(조류학 박사)와 본지 취재팀은 안동댐이 축조된 곳에서 8km 거리에 떨어진 `호계섬`인근 무인도에서 `쇠제비 갈매기`서식지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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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기착지가 아닌 인공적으로 만든 내륙 담수호에서의 갈매기 서식지는 매우 이례적이다. 이번에 확인된 서식지는 대부분 부드러운 마사토로 이뤄진 70㎡ 면적의 작은 섬으로, 일반인들의 접근이 어려우며 평소 수중에 잠겨 있다가 봄철 갈수기부터 태풍이 발생하는 8월까지 섬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날 박 교수는 현장에서 14개의 갈매기 둥지와, 특히 둥지마다 2~3개씩 모두 36개의 알을 확인했다. 박 교수는 알을 근거로 유추 해 볼 때 모두 28마리의 암수 갈매기가 이 섬에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박 교수 일행이 섬에 도착하자 낮선 이방인들을 의식한 탓인지 섬 상공 맴돌던 20여 마리의 쇠제비 갈메기들이 “삐삐삑, 삐삐삐삑” 소리를 내며 급하강을 했다가 다시 상승하는 등 경계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박 교수는 안동호 쇠제비갈매기 집단 서식에 대해 지구온난화가 주된 원인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에 따라 낙동강을 따라 북상한 쇠제비 갈매기가 천혜의 조건을 갖춘 안동호를 바다로 착각해 서식지로 삼았다는 것이다. 안동호 내에 빙어 등 먹이가 풍부한 것도 한 요인으로 꼽았다. 실제 4월~5월 빙어가 산란하는 시기가 되면 왜가리, 백로 등 각종 철새들이 자주 목격된 점은 이를 뒷받침 해주고 있다. 박 교수는 부화된 새끼들에게 위치추적 장치를 부착해 앞으로 안동호 쇠갈매기들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기로 했다. 이들이 최대 서식지 낙동강 최남단 을숙도를 떠나 성주댐, 밀양댐 등을 거쳐 낙동강 최상류인 안동호에서 부화된 새끼들이 어떤 경로로 이동하는지 `갈매기의 내륙화`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박희천 교수는 “여러 생태조건이 맞아 떨어져 낙동강을 끼고 북상한 쇠제비갈매기들이 광활한 안동호를 바다로 착각한 것 같다”면서 “안동호 주변에 알을 낳는 등 서식지로 삼은 자체만으로 생태계 변화 연구에 커다란 지표가 될 수 있을 정도로 학술적 가치가 높아 적절한 보호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쇠제비 갈매기는 5월에서 7월까지 한국이나 동남아, 일본 등지에서 알을 낳고 8~9월에 호주와 뉴질랜드로 이동해 겨울을 보내는 철새다. 국내에선 낙동강 하구가 최대 번식지로 알려져 있다.
안동/권광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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