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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신천좌안도로공사 140t `빔` 추락사고 은폐 의혹

이곤영기자
등록일 2013-05-10 00:08 게재일 2013-05-1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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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 파악도 않고 서둘러 빔 파쇄 <br>검은 천 덮고 14시간 지나서 보고

지난 8일 밤 사이에 신천좌안도로 건설현장에서 도로 상판 하부를 떠받치는 길이 40m 무게 140t의 PSC빔 4개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한 뒤 사고 시간과 원인조차 불명확한 상황에서 대구시와 시공사 등이 서둘러 빔을 파쇄해 검은 천으로 덮어놓아 사고 자체를 은폐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또 최초 사고가 발생한 지 약 14시간여 만에 김범일 대구시장에게 보고된 것으로 드러나 대구시의 주요 사태 시 보고 체계도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시에 따르면 8일 새벽 6시께 신천좌안도로 건설구간인 남구 봉덕동 상동교 ~ 수성구 파동IC 구간(폭 20m 연장 2.93㎞) 장애인복지회관 인근 현장에서 교각 위에 올려놓은 PSC빔(총 무게 560t) 4개가 한꺼번에 추락한 것이 발견됐다.

사건이 발생하자 대구시 건설본부와 시공사(현대건설 등 3개사), 감리단에서는 서둘러 추락한 빔을 부수고 검은 천으로 덮는 등 현장을 정리해 사고를 은폐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발주처인 대구시가 원인규명도 제대로 하지 않고 시공사 등에 빔 파쇄를 지시, 관리·감독해야 할 행정기관이 오히려 증거인멸을 도왔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건설본부는 8일 오전 11시 20분께 시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육안으로 빔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자체 판단하고 공간 확보 차원에서 빔을 파쇄하고 파쇄한 콘크리트 잔해는 검은 천으로 덮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건설본부는 사고 원인은 알 수 없으며 현재 빔 제작회사와 감리단, 교좌장치 업체 전문가 등이 현장에서 진상을 조사 중이며 전 구간에 이미 시공된 빔과 교각에 대해서는 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구시 건설본부는 빔이 온전한 상태로 추락한 것인지 아니면 교각 위에서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부러져 추락했는지를 밝힐 명확한 근거를 마련하지 않는 등 사고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고 단지 현장에서 공무원과 시공사 관계자들의 육안으로만 검사해 추락한 빔을 서둘러 파쇄해 사실상 현장증거를 인멸했다는 의혹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매일 수십만 명의 시민들의 이용하는 신천좌안도로의 빔 추락사고가 덮여졌을 경우 대구시에서는 그대로 공사를 진행했을 것으로 보여 이번 사고를 계기로 준공을 늦추더라도 전반적인 시설 안전성 검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대구시의 보고체계도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가 발생한 지 약 2시간여 만에 관련 공무원에게 보고하고 현장에서 빔 파쇄를 지시하는 등 현장에서 사고를 은폐하려 했다.

하지만, 이후 지역 언론사에서 취재에 들어가자 이날 오후 5시께 서둘러 건설본부장에게 보고됐고 이후 6시께 대구시장에게 보고가 되는 등 최초 사고 발생 인지에서 대구시장에게 보고될 때까지 14시간이나 걸리는 등 보고체계가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대구시의회 강재형 건설환경위원장은 “교량 상판을 지탱하는 콘크리트 빔은 도로를 지탱하는 기초 구조물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기초 구조물이 붕괴된 것은 아주 심각한 문제”라면서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여 시공사와 공사감리사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 김모씨는 “공사를 관리하고 감독해야 할 행정기관이 사고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고 현장을 인멸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행정기관과 시공사 간의 유착이 없다면 이럴 수 없을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하고 “대구시에서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시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안전성 검사를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곤영기자 lgy1964@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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