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청년이 일간신문에 있는 다음과 같은 구인광고를 발견했다.
<모집:임시로 회계직원을 고용합니다. 희망자는 이력서를 OO우체국 사서함 1720호로 보내주세요.> 그는 광고를 보자마자 즉시 서류를 갖춰 구직신청을 했다. 그러나 아무런 회답이 없었다. 그는 우체국을 찾아가 직원에게 해당 사서함의 수신인이 누구냐고 캐물었다. 직원은 수신인의 이름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우체국장을 찾아가서 부탁을 했으나 그도 거절했다. 고민하던 청년은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냈다. 새벽에 일어난 그는 곧장 우체국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사서함 1720박스가 보이는 곳에서 망을 봤다. 얼마 후 한 사람이 나타나 우편물을 꺼내는 것을 보고, 청년은 그 사람을 뒤쫓아갔다. 그가 도착한 곳은 한 대기업 사장실이었다. 청년은 사장에게 임시 회계직원 모집 광고를 보고 신청서를 냈는데도 아무런 응답이 없었으며, 찾아가서 그 사서함의 수신인을 알아보려 했지만 거절당했다는 말을 했다. 그러자 사장이 물었다. “내가 그 광고를 낸 사람인줄은 어떻게 알게 되었죠?” “저는 오랫동안 우체국 복도에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몇 시간이 지나서야 한 사람이 들어와서 그 사서함 박스의 우편물을 가져가더군요. 저는 그 사람 뒤를 몰래 따라와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사장이 말했다. “젊은이, 자네야말로 내가 찾던 사람일세. 자네를 고용하겠네.”
사람은 맨손으로 세상에 나온다. 복받은 소수의 사람들은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나는 경우도 있다. 그들은 100미터 달리기를 할 때도 90미터 앞에서 출발하는 셈이니, 세상을 쉽게 설렁설렁 살아갈 수도 있다. 그러나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우리세대 중년들은 가난한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나 맨주먹으로 모진 풍파와 살아온 이땅의 산 역사이자 증인들이다. 그들은 일제강점기에 억압받던 할머니 할아버지의 손자 손녀이자,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을 거치고 새마을 운동에 앞장선 부모의 아들 딸로서 산업화의 열매를 따 먹고 자라나 민주화를 쟁취한 시대의 막내이다. 그래서 스스로의 힘으로 노력하고, 내 손으로 쟁취한 것만 내 것이 됐다. 꿈과 성취의 유일한 차이는 노력이며 어떤 종류의 성공이든 끈기와 근성으로만 이룰 수 있다고 믿었다. 집요한 자만 살아남았다.
세월이 흘러 시대가 바뀌었다. 소득 2만불 시대가 되고, 우리나라도 선진국이 되었음을 아무도 부정하지 않는다. 젊은 후배들에게 구차한 선배세대의 끈기와 근성을 요구하면 `꼰대`라는 소리 듣기 십상이다. 성공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2008년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경영사상가 10명에 선정된 말콤 글래드웰(Malcolm Gladwell)은 그의 저서 아웃라이어(Outliers)에서, 빌 게이츠나 비틀즈와 같은 세계적 수준의 전문가로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적어도 하루 3시간, 일주일에 20시간씩, 10년간 합계 1만 시간 이상을 매달린 결과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작곡가, 야구선수, 소설가, 피겨 스케이팅선수, 피아니스트, 심지어 숙달된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반복할수록 이 수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진정한 전문가가 되기 위한 매직넘버는 1만시간이라며 `1만시간의 법칙`을 주장했다.
모든 것이 풍요로운 시대이지만 대학을 졸업해도 마땅한 직장이 없는 젊은 후배들이 넘쳐난다. 그래서 정작 이땅의 젊은이의 삶은 팍팍하기만 하다. 우리나라 산업화의 방향성과 인구구조가 낳은 시대적 산물이다. 이런 판국에 근성과 끈기로 얘기를 풀어나가자니 요즘 유행하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부류와는 맞지 않겠다. 그러나 고개는 가로 저을 수 있어도 옳은 것은 옳은 것이다. 시간당 8억원씩 강연료를 받는 캐나다 출신 경영 컨설턴트 브라이언 트레이시(Brian Tracy)는 말한다. “성공한 사람들이 하는 대로 끈기있게 똑같이 해 나간다면, 세상의 그 무엇이라도 당신이 성공한 사람으로 되는 것을 막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