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연구 윤리 이탈 문제가 우려할 수준이다. 연구는 전문가들이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이지 거기에도 윤리가 필요한가 하고 의아해 사람도 있을 것이다. 세상에는 많은 직업이 있고, 그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지켜야할 도덕적 규범이 있기 마련이다. 공무원에게는 공직윤리가, 의사에게는 의료 윤리가 필요하다. 연구 윤리는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학자, 교수, 연구원들이 연구 과정이나 연구 결과 발표때 반드시 지켜야할 윤리규범이다.
우리나라에서 연구 윤리가 사회 문제화된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지난 2006년 서울대 수의대 황 모 교수의 배아 줄기 세포에 관한 논문조작 사건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적이 있다.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된 그의 논문이 취소되고, 교수직에서 파면됐다. 최근 같은 과의 강모 교수의 17편의 논문도 연구부정행위로 판명돼 며칠 전 해임됐다. 연이어 서울대 정치학과 모 교수의 논문 역시 미국 예일대 교수 논문을 그대로 번역 발표한 표절로 드러나 자진사퇴했다. 이같은 연구 윤리 이탈 현상이 서울대에서 연이어 터지고, 언론의 집중 포화를 받는 것은 이 나라 최고의 명문대학에 대한 기대와 신뢰의 붕괴에 따른 결과이다. 2008년부터 5년 동안 우리나라의 논문 표절로 인한 징계를 받은 교수는 83명이며 그중 파면 해임 등 중징계를 받은 연구자도 24명에 이른다.
이러한 연구 부정행위에 관한 처벌이나 징계는 문제가 제기된 논문에 한정된 것이다. 전국 모든 대학이나 연구 기관의 논문을 엄격히 검증한다면 이러한 부정사례는 훨씬 증가될 것이다. 연구 부정행위가 학계나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심각하다. 우선 우리 사회에서 가장 존경받아야할 박사급 고급 인력의 탈선은 학계에 대한 불신감을 조장할 뿐 아니라 학문 후속 세대의 육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나아가 연구 부정행위는 학술 논문의 질을 저하시키고, 학문 풍토를 왜곡시킨다. 연구 결과의 진실성을 보장하지 못한 우리의 풍토에서 어찌 세계적인 학술 논문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황 교수 사건으로 우리나라의 줄기 세포에 관한 연구중단 사태는 일본 교토대학 야마나카 신야 교수의 노벨 생리 의학상을 가능케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연구 윤리 일탈 행위가 늘어나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연구가 돈과 명예로 환산되는 상업적 풍토에서 연구비의 지나친 수주 경쟁은 연구 윤리의 탈선이라는 유혹을 받기 쉽다. 특히 연구 결과의 조급한 단기 성과주의의 요구는 논문의 조작과 변조라는 불량 상품을 양산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공동 연구의 증가로 인한 연구의 쪽방화 현상이 연구에 대한 책임 전가와 조작의 가능성까지 높인다. 결국 일부 연구자들의 지나친 욕심이 연구 조작이나 표절이라는 연구 윤리 이탈로 나아가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학문 풍토의 선진화를 위해 연구 윤리 강화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우선 정부의 지침에 의해 구성된 대학별, 연구 기관별 윤리 위원회를 제대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논문의 표절, 위조, 변조 등을 근원적으로 막을 수 있는 검색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박사 학위 심사를 엄격히 해 연구 윤리를 이탈한 논문을 사전에 거르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대학에서부터 석·박사 과정 생에 대한 연구 부정행위 방지를 위한 윤리 교육을 엄격히 시행해야 한다.
이러한 연구윤리를 확립하기 위한 대학이나 연구기관의 자정적인 노력과 함께 행정적 지도와 지원 노력도 병행돼야할 것이다. 미국 연방 정부의 연구 감사국(ORI)과 같은 행정기관의 설치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이에 앞서 우리나라의 연구 윤리 관련 기관인 한국 연구 재단이나 한국과학창의재단, 연구개발인력교육원(KIRD)등에 대한 대폭적인 예산 지원과 함께 그 제도적 보강책을 서둘러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