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 역시 자신을 아는 것이 어렵다고 보았다. 나보다 타인이 나를 잘 알고 있으며, 역으로 이웃보다 내가 이웃을 잘 아는 수가 있다고 했다. 대체로 인간은 나 자신보다 타인을 분석하는데 탁월한데 이는 반쪽짜리 분석일 뿐이라고 보았다. 나를 포함한 분석이어야 제대로 된 정신분석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얼마나 자신을 모르는가는 프로이트 자신의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여름휴가 때 한 청년을 알게 된 프로이트는 그와 친해지기를 원했다. 하지만 청년은 곧 산책 가자는 프로이트의 제안을 거절했고, 아내가 오기로 했으니 저녁마저 먼저 먹으라며 피했다. 다음날 부부의 저녁 식사에 초대되었을 때 프로이트는 들뜬 맘으로 청년의 식탁으로 갔다. 부부 자리 맞은편에 의자 하나가 마련되었는데, 그곳엔 두툼한 코트가 걸쳐 있었다.
분석의 대가인 프로이트의 결론은 이러했다. `나는 이제 당신이 필요 없고, 여긴 당신 자리가 없습니다.` 프로이트의 이 사례는 `정당한 오해`에 대한 진실을 보여준다. 오해를 살 만한 행동에 그 어떤 의도가 없었음을 항변해도 당한 쪽에서는 상대방의 속을 다 읽어낼 수 있다. 이 경우 진실을 밝히기라도 한다면 청년은 모욕을 느끼고 화를 낼지도 모른다. 프로이트는 이를 `내적 부정직함`이라고 불렀다.
불편한 진실을 들춰내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프로이트. 하지만 타인에 앞서 나를 알려면 이 정도의 따끔거림 정도는 감내해야 한다. 자신이 걸쳐 놓은 코트 때문에 상대를 아프게 하는 나는 상대가 눈치 채기 전, 가만 의자 쪽으로 걸어가야 한다. 코트 걷은 그 자리엔 상처 받은 프로이트의 엉덩이를 데울 방석을 깔 일이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