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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새만금 동서고속도로가 국민대통합 출발점”

이창형기자
등록일 2013-02-20 00:08 게재일 2013-02-2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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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석 국회부의장, 박근혜 정부 출범 앞두고 `길`을 이야기하다

25일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여느 때와 다르다. 세계경제가 여전히 어려운 터에, 창조경제와 국민행복, 국민대통합을 기치로 출범하는 정부이기 때문일 것이다. 대구·경북인들은 새 정부의 출범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그만큼 기대가 큰 것도 당연하다. 또 새 정부에 바라는 바도 많다. 그런 가운데 4선의 이병석(새누리, 포항북) 국회부의장은 새정부가 `길`을 잇는 정부가 되길 희망했다. 이 부의장을 만나 그의 국민통합시대 `길`의 의미를 들어봤다.국토 종단 경부고속道로 `경제 기적` 경험

새정부, 국토 횡단도로로 `대통합 기적` 일궈야

대구~무주 연결이 동서고속도로 건설 핵심

경제성에 너무 치중하면 어떤 일도 불가능

-동서고속도로 완성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 이병석 국회부의장은 “동서고속도로는 국민대통합의 기적을 만드는 위대한 길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1800년대 신생 미국은 대서양에서 태평양에 이르는 광활한 영토를 가졌다. 하지만 태평양 연안의 캘리포니아와 대서양 쪽에 있는 워싱턴까지는 배로 무려 6개월이나 걸릴 만큼 너무 멀어 한 나라라고 하기 어려웠다. 남북전쟁의 상처는 아물지 않았고 전장에 나갔던 수많은 제대군인들의 앞날도 포연처럼 불투명했다. 링컨과 그 지지자들은 대륙의 동서를 관통하는 철도를 놓기로 했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들은 단단한 화강암으로 덮여 있고, 폭설과 폭풍으로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2천에서 3천피트의 가파른 협곡을 가진 시에라네바다 산맥을 넘어야 했다. 그들은 교각에 쓸 나무 한 그루 물 한 방울 구경할 수 없는 2천마일의 사막을 넘어야 했다.

지도자의 의지 아래 일자리를 찾던 제대군인들이 이 일을 해냈다. 전쟁에 사용되었던 건설기술이 동원되었다. 1869년 대륙횡단철도가 마침내 완공되었을 때, 미국은 대서양과 태평양을 묶어 하나가 되었을 뿐 아니라 세계 최고의 기술선진국이 되었다.

`유럽과 극동을 연결하는 교두보`로 불린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1891년에 시작되어 무려 25년에 걸친 공사 끝에 완공되었다. 알렉산드르 3세와 재무장관 비테는 9천288km, 거의 지구의 반을 횡단하는 철도를 놓아야 했다. 그들은 지형상의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작업 인부를 구하는 일에서부터 자재의 운반까지 모든 어려움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이 철도를 통해 러시아는 `잠자는 미녀` 시베리아를 품에 안을 수 있게 되었으며, 시베리아의 산업화는 물론 풍부한 자원을 발굴할 수 있게 되었다.

-길을 유난히 강조한다. 우리에게 기적의 길을 꼽으라면.

◆경부고속도로다. 전쟁의 후유증에서 채 벗어나지 못한 60년대, 대한민국은 `단군 이래 최대의 토목공사`를 벌였다. 당시 서울과 부산 사이에 차량 통행은 미미했다. 야당은 `국민의 부담을 무시한 행정`이라고 비난하고, 국제부흥개발은행조차 `기존도로를 포장하라`고 권고했지만 1970년 7월7일 마침내 경부고속도로를 준공했다.

77명의 희생을 감수해야 했지만, 이 길을 통해 대한민국은 한강경제권역과 낙동강 경제권역을 1일 생활권으로 묶었다. 이때 습득한 도로 건설 기술은 해외 수출의 밑바탕이 되었고, 자동차생산 5대 국가가 될 수 있도록 했다.

-동서고속도로 건설에 대한 의지가 대단하신데 그 과정을 소개해 달라.

◆2008년 나는 또 하나의 `위대한 길`을 내자고 제안했다. 포항과 새만금을 잇는 동서고속도로다. 북위 36도를 연결하자고 했다. 중국의 동북지구, 발해만 경제권, 장강삼각주와 마주보고 있는 서해안 경제권과 중국의 동북지구, 시베리아 · 극동지구, 일본의 쥬고쿠, 홋카이도 경제권은 물론 태평양으로 나가는 환동해경제권을 연결하자고 했다.

원래 이 사업은 1992년에 제3차 국토건설종합계획에 선정되어 있었고 1999년 국토종합계획 및 국가 기간 교통망 계획에 반영되어 있었을 뿐 아니라 이미 2004년 포항-대구 구간이 개통된 데 이어 익산-장수 구간도 2007년 개통되어 있었다.

하지만 대구-무주(86.1km)구간과 새만금-익산(39.0km)구간에 대한 관심은 미미했다. 국회 국토해양위원장이 된 나는 연결되지 않는 구간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용역을 실시하자고 주장하며 예산을 편성했다.

그런데 어이없는 일이 발생했다. 포항-새만금 동서고속도로에 대한 예산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사라져버렸다. `포항`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순간 민주당 의원들이 사업의 의미나 사업의 지역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형님예산`이라며 빼버린 것이다. 당시 호남출신의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은 국회 본회의에서 `새만금에서 물건 생산해 포항 가서 수출하려고 하는 도로를 막는` 민주당의 태도를 개탄하는 연설을 했다.

▲ 지난 2009년 국회도서관에서 열렸던 `국민통합을 위한 포항~새만금 간 동서고속도로 건설` 토론회에서 김관용 경북지사, 최규성 국회의원, 이병석 국회부의장(당시 국토해양위원장),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 김완주 전북지사(왼쪽부터)가 `통도익친(通道益親):도로를 뚫으면 서로 이익되고 친함이 있다`라 쓰인 족자를 들어보이고 있다.

-새정부에서 동서고속도로의 완성은 가능하다고 보는가.

◆2009년 나는 `비상(飛翔)의 길을 꿈꾸며`라는 칼럼을 발표하며 관심을 촉구했다. 이 칼럼은 전주지역 일간지에 실리면서 큰 호응을 얻었다. 이어 21일에는 국회에서 국민대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는 김관용 경상북도지사와 김완주 전라북도 지사를 비롯해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교통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9월9일 이명박 대통령이 “새만금과 연결하는 동서고속도로를 만들자고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터널이나 교량을 많이 만들어야 하는 문제가 있지만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화답했다.

드디어 동서고속도로는 2009년 11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사업에 선정되고 2010년 대구-무주, 새만금-전주 구간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경제성 평가라는 암초에 걸렸다. 새만금-전주 구간은 경제성 평가(B/C. 비용편익분석)에서 1.11을 기록해서 바로 기본설계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대구-무주 구간은 B/C0.35로 추진이 보류된 것이다.

-난제에 대한 해결책은 있는지.

◆대구와 무주 구간은 동서고속도로의 핵심구간이다. 동과 서, 영남과 호남을 연결하는 핵심 구간을 연결하지 않고 동서고속도로를 운위하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이야기다. 장담컨대 경제성 분석만으로 보면 미국의 대륙횡단철도도 시베리아횡단철도도, 또 경부고속도로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현재의 교통량이 미미한 것은 바로 영남과 호남의 단절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으로 보아야 옳다. 지도자의 결단이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동서고속도로를 국민대통합의 연결통로로 주장하고 있는데.

◆동서고속도로의 건설은 비단 국민대통합의 차원만이 아니라 대구 경북의 정치력을 회복하는데도 의미가 있다. 우리는 다시 TK출신 대통령을 배출했다. 대구 경북의 정치력을 회복함으로써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데도 다른 말이 없다.

마침 새 정부는 국민대통합의 시대를 선언했다. 경부고속도로를 통해 우리가 국토종단의 `경제기적`을 만들어냈다면, 이제는 동서고속도로를 통해 국토횡단의 `국민대통합의 기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대구와 전주를 연결하는 사업은 어쩌면 새 정부의 지도자에게 주어진 흔치 않은 선물이다. 모든 위대한 역사는 `위대한 길`에 의해 만들어졌지 않는가. 새정부는 이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믿는다.

/이창형기자 chle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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