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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의 정치를 위한 승자의 겸허한 자세

등록일 2012-12-24 00:08 게재일 2012-12-2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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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한동 경북대 명예 교수·정치학

18대 대선 결과는 3.6% 차이로 박근혜 후보가 당선자로 확정됐다. 이번 선거는 박 후보가 오랜만에 51. 6%라는 과반 득표에 성공 했지만, 야당의 문재인 후보도 48% 지지를 얻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박빙의 선거 결과는 대립과 분열의 정치 풍토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박근혜 당선자에게는 그를 지지하지 않는 48%를 포용해 국정의 동반자로 삼아야 할 힘든 과제가 남아 있다.

언론에서는 이번 대선의 의미를 여러 가지로 분석하고 평가하고 있다.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과 부녀 대통령의 탄생, 과반 득표에 성공한 대통령, 34년 만에 청와대 재입성 등이 제목으로 뽑혔다. 그러나 이번 선거의 결과는 앞으로 전개될 한국 정치에서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그동안 희석돼온 대구·경북과 광주·전남의 지역 연고주의적 투표 성향이 부활되고, 청년과 장년의 세대갈등은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 갈등으로 심화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선거 종반의 흑색선전은 유권자들을 편가르기해 불신을 증폭시켰다. 이러한 갈등 구도는 증오의 정치로 잔존해 화해와 상생의 정치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당선자는 국정의 최우선 순위로 `대통합 정치`를 실질적으로 구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선거의 결과로 나타난 지역, 계층, 세대 간의 갈등을 치유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합을 위한 화해와 상생은 말은 쉽지만 실천은 어렵다. 진정한 화해는 양 후보만의 화해가 아닌 양쪽으로 갈라진 지지층의 화해까지 포함돼야 한다. 여기에는 승자의 아량과 관용, 패자의 승복과 존중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상당한 시간이 요구될 것이다.

선거후 대통합이나 상생의 정치로 나아가기에는 여러 난관이 가로 놓여 있다. 뉴욕 타임스 등 외신도 한국의 선거결과에 매우 우려를 표했다. 즉 한국의 선거는 `과거를 놓고 싸움을 벌이다가 미래를 놓고 분열된 선거`라는 점이다. 그들은 선거 후 남북관계 대치와 남남갈등이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국내 언론도 20-30대와 50-60대의 세대 갈등 문제를 심각하게 보도했다. 이번 선거가 청년들의 희망의 좌절에 따른 정권 교체 욕구를 50-60대의 기득권층이 가로 막은 꼴이 됐기 때문이다.

대통합의 정치는 승자의 철저한 자기점검과 반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들은 우선 투표자 48%가 박근혜 당선자에게 등을 돌린 이유를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선거의 최대 이슈인 경제 민주화 공약은 재벌과 부자 위주의 정책으로 전락될 우려가 있고, `중산층 70% 상승, 100% 국민 행복 시대`란 추상적 공약은 젊은 층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또한 여당인 새누리 당의 친박 중심의 패거리 정치, 권위주의적 구태 정치는 청년들의 불만을 심화시켰다. 나아가 이명박 정부의 `747 경제 살리기 공약`은 허구임이 드러났다. 이명박 정부의 공동 책임자인 박근혜 후보에 대한 불신도 커졌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승자들의 자기반성의 기초 위에 박근혜 당선자는 우선적으로 48%의 돌아선 민심수습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역대 당선자들도 당선후 하나 같이 `국민 대통합`정치를 약속했지만 모두 불발로 끝나고 말았다. 모두 임기응변적 약속과 구호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당선자가 광주 5.18 묘역을 찾아가고 문재인 낙선자와 회동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야당을 실질적인 국정의 동반자로 인정하는 일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여야의 협의기구도 중요하지만 여기에는 대통령의 결단이 선행돼야 한다. 당선자는 그 동안 비판 받은 소통 부재의 리더십을 탈피해, 소통과 공감이라는 리더십을 구축함으로써 `대통합의 첫 대통령`으로 기억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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