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버스업계가 22일 전면운행중단을 선언하며 대구를 비롯한 전국 시내버스가 멈춰선다. 버스와 택시사업체간 힘겨루기에 또 다시 시민들이 볼모가 됐다.
버스업계는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의 전면 폐지를 주장하며 버스 운행을 중단시켰다. 이 법안은 국회 국토해양위원와 법사위를 통과, 본회의 의결만 남겨놓은 상태다. 택시업계는 이 법안 통과를 위해 지난 6월 총파업을 했고, 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버스업계가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요지는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느냐 하지 않느냐 문제다. 대중교통은 일반적으로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이동하는 교통수단으로 정해진 일정과 노선에 따른 연결편이 마련되어 있는 버스와 철도, 항공편, 연객선 등을 의미한다. 공익성이 있기 때문에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의 관리를 받는다. 세금혜택이나 유류비보조, 적자노선결손보전 등 재정적인 지원을 해주는 대신 오지노선 등과 같이 승객이 없더라도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의무적으로 운행하도록 하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택시는 이동 구간이나 장소, 시간, 요금이 정해지지 않았다. 이용자의 필요에 따라 선택해 이용한다는 점에서 대중교통의 범주에 벗어난다는 게 버스업계의 주장이다.
대중교통은 공익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렇게 보면 택시는 긴급한 상황이나 신속성이 요구될 때 필수적인 시민 교통수단이다. 노선버스가 연결되지 않은 지역이나 버스 운행이 중단된 심야시간대의 유일한 교통수단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공익성을 지니고 있다고 택시업계는 주장한다. 택시업계는 수익구조가 크게 악화돼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운 만큼 택시의 공익성을 인정해 대중교통에 준하는 재정지원을 해야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 법안은 정부나 지자체 역시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택시에 대한 재정지원 예산을 확보해야 하고, 결국 세금을 더 걷어들이거나 아니면 기존의 예산을 없애 택시를 지원하는데 돌려야 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그렇다고 뾰족한 대안도 없다. 택시업계의 경영난은 택시수요에 대한 정확한 예측 없이 무리하게 증차해 온 정책에서 비롯됐다. 결국 택시 감축과 요금 현실화 등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지만 이 역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전국의 택시 수가 25만여대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감차를 할 경우 택시기사들이 일자리를 잃게 돼 더 큰 반발에 부딪칠 수 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버스업계가 들고 일어날 것이고, 부결되면 택시업계가 반발하고 나설 것이다. 이래 저래 서민들만 볼모가 돼 엄청난 고통을 강요당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명분도 힘 없는 시민들을 인질로 삼아서는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시민들의 불편없이 두 업계가 원만한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묘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