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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라언덕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2-10-16 21:55 게재일 2012-10-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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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 - 가곡 `동무생각`은 전 국민의 애창곡이라 할 만큼 친근하게 다가온다. 이은상 작시, 박태준 작곡의 이 가곡은 언젠가부터 `청라언덕`이라는 지명 덕도 톡톡히 보고 있다.

청라언덕을 지척에 둔 채, 수없이 `동무생각`을 불렀어도 그것이 대구 동산동의 특정 지역을 지칭한다는 것은 예전에는 알지 못했다.

그때만 해도 본격적인 근대 대구 문화사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기 전이어서 청라언덕이 조명받기에는 일렀는지도 모른다.

포항시립도서관에서 마련한 `근대 대구 골목 투어` 문학기행에 합류하면서 그토록 가보고 싶었던 청라언덕을 둘러볼 수 있었다. 청라언덕은 대구의 기독교가 뿌리내리고 성장한 중심지이다. 지난 100여 년간 지역 문화 변천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역사의 호흡 공간이다. 청라(靑蘿)란 `푸른 담쟁이`를 말한다. 여전히 담쟁이 넝쿨은 선교사가 살던 붉은 벽돌집 주위를 휘감아 돌고 있었다.

대구가 근거지였던 박태준 작곡가의 학창 시절 연애사를 이은상 시인이 노랫말로 짓고, 박태준 본인이 곡을 만든 것이 `동무생각`이다. 노랫말 속 청라언덕에 피는 백합은 근처 신명여학교 학생이었다고 해설사가 전해준다. 한데 최근 이은상 시인의 고향인 마산에서도 청라 언덕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청라(靑羅) 즉, `푸른 비단`이라는 뜻의 이 언덕은 마산만이 보이는 노비산을 지칭한다는데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자못 흥미롭다.

의미 부여만 제대로 한다면 청라언덕이 대구에 있은들, 마산에 있은들 어떨까 싶다.

두 예술가의 정신만 오롯이 되살릴 수 있다면 청라언덕은 둘이어도 큰 무리는 아니다. 지명의 소유권 보다 청라언덕이라는 고유한 문화 이미지로서의 스토리텔링이 더 중요하다. 문화 상품으로 재탄생되는 청라언덕을 두 예술가도 반기지 않을까.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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