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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을 다시 공휴일로

김살로메(소설가)
등록일 2012-10-09 20:40 게재일 2012-10-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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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을 다시 공휴일로 지정하자는 움직임이 보인다. 무엇보다 반갑다. 국회 문방위 소속 의원들이 법률안 발의를 추진하고 있다는데, 내년부터 한글날이 복원돼 법정 공휴일이 될 수 있을지 기대가 크다.

한글날은 휴일이 너무 많아 노동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기업들의 권유로 1991년부터 공휴일에서 제외되는 설움을 당했다. 경제 논리에 의해 몇몇 법정 공휴일이 추억 속으로 사라질 때 한글날만은 살아남기를 바랐다. 청춘시절 한때 한글을 아끼고 사랑하는 모임을 해온 이유도 있었지만 한글날 같은 의미심장한 날이 경제 논리 때문에 뒷전으로 밀리는 게 안타깝기만 했다.

한글은 만든 날, 만든 이, 만든 의도 등이 문헌으로 남아 있는 유일한 문자이다. 그 중 우리는 창제 의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백성을 어여삐 여겨 한글을 창제했다는 세종대왕의 말은 진실이다. 물론 거기에 정치적 의도도 어느 정도 깔려 있었다. 조선 건국의 정당성을 온 백성에게 알려 통치권을 확보하고 싶은데, 기득권 언어인 한자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반면, 기득권층은 자신들이 누릴 호사가 일반 민중에게 조금이라도 옮아가는 것은 꿈에도 원치 않았다. 기득권층을 대표하는 신하들이 훈민정음 반포를 그토록 반대하는 이유가 거기 있었다.

피지배층과 효율적인 소통을 원했던 왕권과 자신들의 기득권을 놓치고 싶지 않은 신권의 견제 사이에서 태어난 부산물이 훈민정음이었다. 일반 민중과의 소통을 간절히 원한 세종대왕의 전략적 문자 혁명은 정작 당시에는 빛을 발하지 못했다. 후세대인 우리가 오롯이 그 은덕을 누리는 건 아이러니이자 행운이다.

한글날이 다시 공휴일이 되었으면. 그리하여 그날 하루 만이라도 훈민정음 창제의 역사적 의의를 살피고, 말글 하나 된 민족으로 살아가는 게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되새기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글 없는 백성은 생각하기조차 싫다.

/김살로메(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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