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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농작물 피해 없어 보상 받을 길 `막막`

남보수기자
등록일 2012-10-08 21:32 게재일 2012-10-0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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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인근 식당·외국인 근로자 시름 깊어져
▲ 개점휴업을 맞고 있는 불산사고 현장 인근 식당.
구미시 불산 누출 사고로 산동면 봉산리, 임천리 주민들이 뒤늦게 나마 재난지역 선포 등의 혜택을 보고 있지만 정작 사고 지역과 더 가까운 곳의 식당과 외국인 근로자 집중 거주지역은 관심의 대상에서 소외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봉산리 산마을 원룸촌은 사고 공장과 채 100m도 안되는 곳으로 중소기업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이 모여 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한국말이 서툴고 국내 피해보상법 조차 몰라 피해구제 등 대처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이들 대부분은 4공단 내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체에 근무하는데다 일부는 불법체류자여서 피해 신고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 또 주차장에 세워둔 차량 유리가 파손되고 도색이 벗겨지는 등 재산피해를 당하고도 어느 곳에 어떻게 피해보상을 신청해야 될 지 몰라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파키스탄인 근로자는 7일 어눌한 말투로 “그날(사고 당일) 오후 원룸에 있는데 지독한 냄새로 구토증상을 겪었다”며 “갑자기 기침이 나 고생을 했는데 이유를 모른다. 무슨 사고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들과 함께 인접식당인 황여사맛나네, 파란들, 이선희 칼국수집 등 식당과 방앗간, 슈퍼 등도 덩덜아 피해를 봤지만 어떤 기관도 조사를 하지 않는 등 거들떠보지 않는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특히 사고공장과 80m 거리의 황여사맛나네식당은 구내식당이 없는 인근 수십 개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점심, 저녁 때면 줄을 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하지만 사고 후 단 한 사람도 찾는 손님이 없어 파리만 날리고 있다. 또다른 식당 4~5곳과 봉산 방앗간, 슈퍼 등도 불산피해 후유증이 염려돼 아무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개점휴업 상태다.

하지만 이들은 농작물이나 가축피해, 공장 녹 등 눈에 보이는 물적 피해가 없어 단순히 손님이 줄어 장사가 안된다는 이유로 피해보상을 신고하기가 쉽지 않아 고민만 깊어가고 있다. 특히 이들은 지역주민 못지 않게 많은 피해를 당했지만 증명할 수 없는 매출실적과 몇 안되는 소수라고 외면당해 피해를 당하고도 보상에서 제외되는 이중의 설움을 겪고 있다.

식당 주인 황모(46)씨는 “우리도 장사가 안 돼 죽을 지경인데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며 “딴 곳으로 이전하려 해도 마땅한 장소나 밑천이 없어 어떻게 해야 될 지 앞이 캄캄하다”며 긴한 숨을 내쉬었다.

/남보수기자 nbs@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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