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으로 두 차례 가동 중단… 오거리~포항역 침수
포항시는 재해위험지구로 지정된 오거리 일대의 상습적인 침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141억원(영흥펌프장 포함 277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270마력 펌프 3대, 180마력 1대, 집수정 1대(3천500㎥)가 설치된 죽도빗물펌프장을 지난 2009년부터 3년여 동안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포항시는 이날 오후 한전의 정전으로 인한 전기 패널의 문제로 전기차단기가 작동하지 않아 오전 9시30분과 10시30분 두 차례에 걸쳐 펌프 가동이 중단되는 등 제 기능을 상실했다고 발표했다.
수백억원을 들인 배수펌프장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가 없어 한국전력의 정전 때문에 원활한 배수 작업을 할 수 없었다며 책임을 전가한 인상을 준 것이다.
그러나 한국전력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한국전력 포항지점 관계자는 “배수펌프장 등의 건물은 자체 전기설비와 변압기 등을 갖추고 있어 일반 가정용 전기와 다르다”며 “오전 9시32분과 46분 각각 2차례에 걸쳐 순간 정전이 되긴 했지만 1초도 되지 않아 바로 정상가동 됐기 때문에 이번 문제는 유지관리보수를 책임져야 하는 포항시의 문제다”고 말했다.
이처럼 배수펌프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오거리~포항역 방면 일대가 물바다가 되자 인근 주민과 상인 등은 죽도 배수펌프장을 찾아 항의를 하기도 했다.
주민 최모(39)씨는 “인근에 정전이 된 곳이 한 곳도 없었는데 펌프장만 정전됐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소리”라며 “인도로 물이 넘치려는 것을 보고 포항시에 펌프장이 제대로 돌아가냐고 물었지만 `고치는 중인데 언제 될 지 모르겠다`는 답변만 돌아왔을 뿐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고 했다.
한편, 포항시는 17일 오후 뒤늦게 보도자료를 통해 펌프장 가동 중단 원인을 조사하고 규명해 한국전력공사, 감리업체, 시공업체, 납품업체 등의 책임 소재를 가려 엄중 조치하고 보완대책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혀 앞으로 최악의 경우 보상을 둘러싼 법적 공방 마저 우려되고 있다.
/윤경보기자
kbyoo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