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23일 오후 6시36분`은 대한민국 역사에 기록될 의미있는 순간이다. 우리나라의 인구가 5천만명을 돌파하는 시간이었고, 세계 일곱 번째 20-50클럽에 이름을 올린 날이었다. 20-50클럽은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와 인구 5천만명을 동시에 충족해야한다. 이미 우리나라는 2010년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달성했고, 이날 인구 5천만 명이라는 의미있는 순간을 맞이했다. 우리나라의 20-50클럽 가입 의미는 국제 경기가 불안해도 소비력을 가진 5천만명의 내수시장이 있어 어려움 속에서도 기업들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과 선진국대열에 합류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인구는 시간당 52명이 태어나고, 31명이 사망해 21명이 자연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증가 추세는 2045년을 고비로 다시 5천만명 이하로 떨어 질것이라는 분석이다. 고령화는 어쩔 수 없다하더라도 저출산은 소비의 둔화 및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이어져 국가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인구 늘리기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고, 각 지자체에서도 다양한 방법의 인구 늘리기 묘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초혼 연령의 상승과 자녀양육비 부담, 결혼가치관의 변화 그리고 여성의 사회참여 증대로 인한 가족구조의 변화 등이 저출산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한정된 예산으로 출산장려를 위해 지원을 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고, 사회 전반에 걸친 참여와 지원이 없고서는 멀지 않아 20-50클럽의 탈락을 지켜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포항시의 다자녀 가정을 살펴보면 10남매 1가정, 9남매 1가정 등 5남매 이상을 키우는 가정이 32개 가정이 있지만 지원행태를 보면 일회성 내지는 형식적일 뿐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올해 초, KBS 인간극장에 방영된 포항의 9남매 가정을 봐도 소문만 무성했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사회적 지원이 전무했다. 모 기업체에서 1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지원한 것 외에는 방문한 기관과 단체의 장들은 사진찍기에 급급했을 뿐인데, 혹자는 엄청난 지원을 받은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필자는 방송 이후 몇 차례 9남매 식당을 방문한 바 있다. 가난하지만 밝게 살아가는 가정과 티 없는 애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였다. 적지만 아이들의 옷가지를 지원했으며, 환경위생과의 협조를 얻어 식당의 간판을 바꿔주고, 환경정비도 요청해놨지만 아쉽기는 여전했다.
생업에 찌든 가장은 커가는 자녀들의 학비걱정에 고민이 늘어졌다. 9남매를 낳은 어머니는 산후조리를 못한 탓에 치아상태가 엉망이라 당장이라도 전체 틀니를 해야 할 상황이지만 어쩌지 못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래도 아이들의 아버지는 “자식 많은 복도 복”이라며 애써 웃음 짓더니 “이것은 자식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방치”라고 한탄하며 필자의 얼굴을 외면할 때는 안타까움이 더했다. 낳으라고만 했지 낳은 가정에 대한 지원도 대안도 없는 게 현실이니 어느 누가 인구 늘리기에 동참을 할 것인가?
이제까지 구호와 형식 그리고 단발성의 지원이 있었다면 앞으로는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지원을 검토해 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줘야 한다. 포항시가 목표로 한 300억원의 장학금도 초과 달성한 마당에 성적위주의 장학금만이 능사가 아니라 이런 가정의 학비지원을 아끼지 않는 능동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국제경기의 위축으로 너나할 것 없이 허리띠를 졸라 매는 입장이지만 기업들의 사회적 참여와 책임도 절실하다고 본다. 최근 포항시에서 실시한 내년도 예산편성을 위한 시민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축제예산을 줄여 시민복지에 투자하라는 의견이 가장 많아 30%에 달했다고 한다. 그것이 시민의 뜻이라면 틈 없이 챙겨야 하고, 시책에 동참한 다자녀 가정의 복지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