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계장`이 아니라 분명 `닭개장`이라고 국립국어원에서 명쾌하게 정리해준다. 육개장, 닭개장이라고 말 할 때 `개장`은 개장국에서 온 말이다. 개고기와 각종 야채를 넣어 얼큰하게 끓인 국이 개장국인데, 개고기 대신 쇠고기를 넣으면 육개장, 닭고기를 넣으면 닭개장이 되는 것이다.
어렸을 때 시골에서는 개장국이 흔했다. 여름한철 집집마다 키운 누렁이는 그 국의 원재료가 되어 가마솥 속으로 사라졌다. 개장국을 못 먹는 어린 영혼을 대신해 엄마는 닭 모가지를 비틀고 털을 뽑아 닭개장을 끓여주었다. 그 때는 흔히 있는 일이었다. 잘게 찢은 닭살과 푹 곤 우거지, 고사리 등이 어우러져 구수하고 시원한 맛을 내던 국. 손수 키우던 가축을 잡아 먹거리로 만든 행위는 같았건만, 어린 입맛은 개장국은 거부해도 닭개장은 허락했다. 동네 어귀, 껍질 벗겨진 채 장대에 매달려 있던 개들의 모습이 잊히질 않는다. 지금도 나는 소위 보신탕은 가까이 하지 못한다.
이른 나이에 도회지로 나온 뒤로는 그 국을 먹은 기억이 거의 없다. 닭개장은 내게 그렇게 시골생활과 어울리는 음식으로만 남아 있다. 내친 김에 지인들이랑 유명하다는 국밥집을 찾았다. 애석하게도 메뉴엔 닭개장이 사라지고 없었다. 잔품이 많이 들고 수익도 신통찮아 메뉴를 바꿨단다.
닭개장을 대신한 `온밥` 앞에서 옛 시간을 돌려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내가 그리워한 건 닭개장 맛 자체가 아니었다. 걸쭉하고 매콤했던 그 추억의 시간을 한 숟갈 깊이 떠먹고 싶었던 게 분명하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