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가정집에 침입했던 40대 남성이 홧김에 주차 차량 9대를 파손한 사건<본지 22일자 4면 보도>이 알려지자 인근 주민들이 그동안 여러 차례 절도피해를 입었음에도 경찰이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부실 대응했다는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경찰
“CCTV·혈흔 분석 후 검거”
“피해자에 보상토록 한 상태”
인근 주민
“여죄 조사 않고 보냈느냐”
“도주 했으면 수사 장기화”
20일 오전 4시께 포항시 북구 두호동 발렌타인호텔 근처 2층 주택에서 `쿵`하는 소리에 놀란 집주인 김모(74)노부부가 뛰쳐나왔다. 거기에는 40대로 보이는 남성이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누워 있었다. 이후 남성은 10분 뒤 일어나 `지갑과 열쇠, 신발이 없어져서 집에 왔다`며 횡설수설하더니 이내 아파서 병원에 가야겠다며 현장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이에 김할아버지는 경찰에 신고한 뒤 불안감 속에서 남성을 붙잡고 있었으며 10여분 뒤 경찰이 도착했다.
포항북부경찰서 환여파출소 소속 경찰관들에게 김씨는 자신의 열쇠가 주택 인근에 떨어져 이를 찾기 위해 집에 들어갔다고 말했고 간단한 신원확인 후 귀가조치됐다.
같은 시각, 김씨 부부의 집에서 불과 30m 떨어진 인근 임시주차장에 세워진 차량들이 부서져 있었다. 하지만 가로등이 없어 깜깜한 주차장에 있던 차량이 피해를 입은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다음날 새벽 6시, 부서진 자신의 차를 본 차주들의 신고가 경찰에 접수되기 시작했으며 북부서는 CCTV와 부서진 유리 조각에서 발견된 혈흔 등을 분석해 같은 날 오후 6시 김씨를 붙잡았다.
그러나 이 일대 주민들은 추락 전 이미 김씨가 차량을 파손했다는 사실을 22일 알고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오전에는 L씨 등 주민들이 주변의 주민대표사무실에 모여 들자 경찰의 부실한 사건 처리에 대해 성토하는 목소리들이 이어졌다.
주민 L씨는 “이 일대는 예전에도 이미 절도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했는데 감식 등 조사만 했을 뿐 수사결과나 진행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이번 사건도 허술하게 대처한 것 아니냐”며 “술에 취했지만 이전 범행 가능성이 있었는데 신병 확보를 하고도 왜 여죄 조사를 안했느냐? 범인이 귀가 후 도주했다면 사건이 장기화됐을 가능성도 있지 않느냐”며 불만을 표시했다.
자신도 차량 피해를 당한 것으로 드러난 김 할아버지도 “30년을 이 동네에 살면서 이렇게까지 많은 차가 부서진 적은 처음 본다. 아침 나와보니 앞유리가 깨져 있어 30만원을 들여 수리했지만 아직까지 경찰이 아무런 연락도 해오지 않았다. 이젠 불안해 주차도 못하겠다”고 말했다.
포항북부서 관계자는 “20일 새벽 차량파손 신고를 받고 CCTV와 부서진 유리 조각의 혈흔 등을 분석해 검거했다”면서 “이전 사건 수사 결과 및 진행에 대해서도 주민들에게 설명했고 여죄뿐만 아니라 피해차량에 대한 신원을 확보해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하도록 한 상태”라고 해명했다.
환여파출소 관계자는 “김씨가 술에 취해 신발도 신지 않을 만큼 인사불성 상태여서 신원확인 후 집에 데려다 준다고 했지만 `택시를 타고 집에 간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혜영기자 ktlovey@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