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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과 경주 통합, 실제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등록일 2012-08-14 21:14 게재일 2012-08-1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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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문한동대 교수
포항과 경주의 통합에 관해 지역 언론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포항과 경주만이 아니라 울산과의 3도시 통합도 한동안 논의된바 있지만 시정부와 의회 그리고 시민들의 총체적인 논의에 이르지는 못했었다.

동해안의 중심 성장축으로서 포항, 경주, 울산은 행정적인 통합과는 별도로 경제산업 네트워크가 좀 더 활발히 진행돼야 함을 모두가 바라고 있다. 하지만 울산은 경상남도와도 독립된 광역지자체이고, 포항과 경주는 경상북도의 기초지자체들로서 울산과는 다른 행정구역, 역사·사회적인 배경을 지니고 있기에 이들 3개 도시의 행정적인 통합은 생각보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포항과 경주는 경상북도 내에서도 유일한, 서로 출퇴근이 가능한 동일생활권으로 구성돼 물리적으로나 문화사회적으로나 동질성이 크고 통합의 가능성도 매우 크다고 본다.

포항은 1995년 이래 52~3만명을 유지하고 있다. 1995년 도농통합시가 되고 동해안의 중심도시로서 100만 도시를 꿈꾸어 왔지만 그 성과가 미진하다고 볼 수 있다. 영일만항 및 배후단지가 획기적으로 발전되지 않는 이상 도시기본계획상의 75만명을 이루기도 용이치 않을 것이다. 경주의 경우도 27만명의 인구를 유지하고 있으나 그 이상의 증가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보아진다. 이 두 도시는 경북도의 동남해안에 위치하고 있으며 경상북도 인구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요즈음 식자들 사이에서 지자체들의 인구계획이 너무 부풀려져 있음을 지적하며 성장보다는 저성장 기조속에서의 지속가능성을 목표로 내세우기도 한다. 맞는 말이다. 모든 도시들이 권역의 중심이 될 수는 없는 것이며 각자의 지정학적인, 역사적인 특성에 맞게 발전돼 나가야 함이 맞다.

물론 이들 중소도시들은 혼자 살아갈 수는 없다. 인근도시들과의 경제산업 네트워킹이 제대로 작동돼야 함이 전제조건이다. 그러한 가운데 자기의 역할이 확보되어야 할 것이며 그렇지 못하다면 글로벌화시대의 지속가능함이 불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포항이나 경주 같은 지역의 거점도시라면 이야기가 다를 수 있다. 이들 두 도시는 동해안의 경제산업을 이끌어가야 할 것이기에 어느 정도 성장이 강조되는 경제산업 및 인구정책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글로벌화 및 무한경쟁의 시대에 거점도시는 어느 정도 규모를 지니고 있어야 할 것이며 이 도시가 힘을 잃는다면 지역도 쇠퇴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필자는 경북 동해안의 중심도시이자 북방전진기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포항의 성장을 주장해 왔었다. 포항과 경주의 결합도 다른 도시로 나누어져 제각기 갈 길을 가기 보다는, 하나의 복합도시로 형성된다면 인구 면에서나, 경제산업 면에서 거점도시로서의 역할과 환동해권 전진기지로서의 역할을 좀 더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본다.

포항과 경주는 광역적으로는 대구경북권이지만 좀 더 다른 성격을 지닌 해안도시들로서, 중심거점인 대구광역시와도 협력만이 아니라 경쟁적인 요소들을 크게 지니고 있다. 단순한 산하도시이기에는 그 지정학적인 위상과 그 기능이 매우 커져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들을 억누르기 보다는 발전시켜야 함이 글로벌화 및 대양화를 지향하는 한국의 전략이어야 한다고 본다.

포항과 경주의 인구를 합하면 80만명의 수준이 된다. 면적도 서울의 3.5배의 크기가 된다. 두 도시의 특징인 산업과 R&D, 그리고 역사문화가 보완적으로 잘 결합되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두 도시의 각자는 규모상의 한계가 크기에 제대로 된 백화점 하나 유치하기 힘들다. 정치적으로도 제대로된 목소리를 낼 수 없고 국제관계에 있어서도 어려움이 많다.

포항에 포스코 만이 아니라 조선산업 등이 함께 들어설 수 있었다면 이미 80~90만 규모를 이룰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요즈음 국내외적인 여건변화와 함께 철강산업의 장래가 불투명하다고 할 수 밖에 없는데 포항이 경제산업은 물론이고 인구자체를 현재의 규모로 유지 할 수 있을 것인지 걱정이 없는 것이 아니다.

경주가 역사적인 유적과 몇몇 관광자원을 중심으로 일부 에너지 산업 등을 지니고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보일 수 있을 것인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중국과 일본의 관광객들이 쇼핑이며 레저가 발달한 서울이나 제주도가 아닌 한국의 고도 경주에 크게 관심을 가질 것인가?

이 두 도시가 합쳐지면, 역사도시인 경주가 사라질 것이라고 염려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새 도시의 명칭은 좀 더 고증을 거쳐 제3의 이름으로 정해도 될 것이며 각기 특색을 가진 포항구, 경주구로서 얼마든 특색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리 한국에서는 인구 100만명 이상의 도시를 광역도시로 하고 있다. 광역도시는 일반 기초자치단체와는 다른 위상을 지니고 있으며 행정 및 정치적으로는 물론 그 경제산업적인 위상이 기초자치단체에 비할 바가 아니다.

저명 도시학자인 사스키아 쌔쓴 등의 글로벌도시론에 의하면 세계의 주요 기능들은 뉴욕, 동경 등 몇 개 글로벌도시로 집중되고, 이들과 네트워킹이 유지되는 도시그룹들이 아니라면, 장차 생존을 보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한다. 포항과 경주도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할 것이며 두 도시의 인구, 경제, 산업, R&D, 물류, 문화, 역사들을 보완적으로 발전시켜 대도시로서의 위상 속에 새롭게 태어나 지속가능한 번영을 누리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포항과 경주의 결합에 대해서 지금까지 많은 이들이 언급하고는 있으나 구체적인 논의는 시작되지 않았다. 둘이 합해 80만이 되고 또한 보완적인 시너지속에 100만 이상의 광역도시를 꿈꿀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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