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절단 장애인이 패럴림픽을 넘어 올림픽에 출전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의족을 찼다는 건 그의 외적인 모습일 뿐 실제 그는 몸이 불편하다는 의식을 거의 하지 않는단다. 무릎 아래 뼈가 없이 태어난 그는 돌도 되기 전 종아리를 절단해야 했다. 자라면서 자기 연민에 빠지거나 패배의식 같은 걸 느껴본 적이 거의 없단다. 처음부터 그는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 호기심 많고 적극적인 보통 아이로 성장할 수 있었다. 가족 덕이다.
`패배자는 결승선을 마지막으로 통과하는 사람이 아니라 달려보려고도 하지 않는 사람이다` 갓난아기 때 써 뒀다는 어머니의 이 한마디는 그의 평생 좌우명이 되었다. 가족의 긍정적이고 열린 시선이 그를 낙천적이고 도전적인 청년으로 이끌었다. 장애인 선수가 아니라 육상선수일 뿐이라는 그의 신념이 마음자락을 잡아끈다.
탄소섬유 보철의 달리기 효과를 주장하는 일부 시각을 잠재우고 올림픽 무대에 섰다는 것 자체로 그는 주목 받아 마땅하다. 스스로 바라보는 만큼 타인도 그 사람을 바라봐준다. 당당한 자기만의 길을 내며 달리는 오스카 피스토리우스. 치타 닮은 그의 의족을 곁눈질할 게 아니라 여름밤 서늘한 바람 같은 그의 영혼을 보듬을 일이다. 어떻게 태어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는 하루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