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람 선수의 펜싱 경기 오심 건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굳어졌다. 일찍이 시간을 가지고 장난을 친 이는 따로 있었다.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는 그의 유명한 그림 `기억의 고집`에서 시간을 지배하려는 예술가적 욕망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앙상한 올리브 나무에 널린, 축 늘어져 흐물거리는 시계. 단단한 금속성 물체의 유연한 흐트러짐을 통해 정확하고 빈틈없이 맞물리는 세계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자 했다.
예술 용어 중에 `낯설게 하기`라는 기법이 있다. 익숙하고 상식적인 것을 전혀 다른 것으로 조합해 이미지의 전복을 꾀하는 것인데 달리의 그림에서 녹아내리는 시계 이미지는 그 좋은 예이다. 난해한 형식 속에 시간을 휘거나 연장하고픈 내면적 욕구는 일상적이고 맹목적인 습성을 벗어나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려는 좋은 시도이다. 예술로서 그 가치는 충분하다.
하지만 스포츠는 지극히 상식적인 분야이다. 나아가 인간의 복잡미묘한 예술적 감흥에서 현실 감각을 찾게 하는 매개물이 되어주기도 한다. 오죽하면 경기 결과를 측정할 때 천 단위 초까지 쪼개가며 정확성을 도모하려 하겠는가. 소중한 일초의 시간을 명징하게 다스리는 것도 스포츠 정신에 포함된다. 시간을 지배하려는 장난은 스포츠 정신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스포츠는 모호함이 용인되는 예술이 아니라 명쾌한 실존의 방식이다.
/김살로메(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