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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신뢰라는 자산

등록일 2012-08-03 21:29 게재일 2012-08-0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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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정규경북도의원
기업의 사회적 책임 하면 떠오르는 회사가 유한양행이다. 인간존중기업으로 유명한 유한양행은 가족친화기업으로도 한발 앞서 갔다. 설립자 유일환 사장은 자신의 지분 52%를 내놓아 일찍이 종업원 지주제를 도입해 시행했다. 또 사후에는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우리에게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기억되고 있다. 살아생전 유일환 사장은 기업의 신뢰를 강조하면서 만년필 일화를 자주 언급했다고 한다.

1907년도 설립한 미국의 쉐퍼(Sheaffer)사(社)에서 생산한 만년필을 19년 동안 사용했던 유 사장은 잉크가 잘 나오지 않자, 고장 난 만년필을 포장해 미국 본사로 보냈다. 19년 전 만년필을 살 때 설명서에는 고장이 나면 언제라도 무료로 수리해 준다고 쓰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얼마 후 쉐퍼 사에서 다음과 같은 답을 보내왔다.

“19년 동안이나 우리 회사 제품을 사용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런 뜻에서 귀하의 만년필을 수리하는 대신 새로운 것을 보내 드리니 이전과 같은 애정으로 사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라고 말이다. 고객과의 약속을 철저히 지키는 기업정신이 그대로 녹아있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평소 정직과 신용을 강조한 유일환 사장은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운동을 벌이며 기업의 사회공헌에 이바지했다.

춘추시대에도 신의에 얽힌 소중한 일화가 있다. 진(晉)나라 문공이 원(元) 땅을 공격하러 가면서 부하들에게 열흘 내에 원 땅을 정복하기로 약속하며 열흘치 식량을 준비해 출전했다. 하지만, 원 땅에 이른지 열흘이 다 가도록 성을 함락시키지 못했다. 문공은 퇴각을 알리는 징을 울리려 했다. 이때 성안에서 나온 병사가 “성 안에는 식량도 바닥이 나고 병사들도 지쳐 있으므로 사흘이면 저절로 함락될 것입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신하와 장수들이 며칠만 더 기다리면 적들이 항복해 올 것이기 때문에 퇴각을 미루자고 진언을 했다. 그러자 진 문공은 고개를 뒤흔들었다. “나는 병사들과 열흘의 원정기간을 약속했다. 지금 물러나지 않으면 신의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원 땅을 얻고 신의를 잃어버리느니, 나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며 병사들에게 퇴각을 명령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원 땅의 백성은 “저렇게 신의를 지키는 군주가 있다면 어찌 귀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면서 진나라 문공에게 스스로 찾아가 항복을 했다.

공자도 이를 듣고 “원 땅을 공격해 위나라까지 얻은 것은 신의 때문이다”라며 칭찬 했다고 한다. 도량과 신의를 가진 문공은 춘추시대 패자(覇者)로서 진나라를 강대국으로 자리 잡게 하는데 큰 공을 세운 인물이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사람과 사람으로 어울려진 공동체 속에서 공동의 선을 추구하면서 살아간다. 공동의 선은 인의예지(仁義禮智)가 될 수도 있으나 그 기본은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서로 믿지 못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도모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신의는 인간관계의 출발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信)이란 믿음을 말하며 남을 속이지 않는 것이요. 약속을 지키는 것이며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을 말한다. 우리 사회의 전통 미덕 중 하나인 신의는 도덕적 소양의 기본이며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을 순조롭게 이끄는 열쇠이기도 하다. 공자는 틈만 나면 이렇게 가르쳤다.

“사람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은 충의와 신용이다.”

공자는 또 “신의가 없는 사람은 도대체 어디에 쓸 수 있겠는가?” 그리고 “나라를 다스림에 정사는 신중을 기하고 믿음을 주어야 한다.”

장사꾼의 생명은 믿고 의심하지 않는 신용(信用)이며, 인간관계에서 믿고 의지하는 신뢰(信賴)는 그 사람의 깊이를 더해주는 고상함이다. 그리고 믿음과 의로움을 뜻하는 신의(信義)는 지도자가 큰 뜻을 이루는 자산이기도 하다. 신용과 신뢰 그리고 신의야말로 사회적 자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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