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이든 비슷한 현실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통치자가 바뀌거나 사법부의 수장과 경찰의 총수가 새자리에 앉을 때 마다 하나 같이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어떠한 부조리도 발본색원하는 정책을 펴겠다”고 대성일갈한다. 그때마다 국민들은 새로운 기대를 가지고 나라의 정체성이 정도(正道)로 가고, 치안이 안전하며 질서있는 사회, 공정한 사회가 되길 기대한다. 발본색원이란`폐단의 근원을 아주 뽑아서 없애 버리는 것`을 뜻한다. 언제나 우리 정치는 약한 자, 빈한 자가 올바른 처우를 받지 못하고, 유전(有錢)은 이기고, 무전(無錢)은 피해를 보는 일이 거듭되고 있다. 돈없고 가난하고 무지한 시골사람도 잘 사는 세상을 모두가 기대하고 있지만 이제는 중산층도 무너지고 있다. 부조리를 아주 없애겠다는 의지만 강하지 실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유는 사람과의 관계가 공사(公私)로 구분이 잘 안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농경사회 이후 마을 단위로 씨족사회를 이루며 살아왔기에 눈에 보이지 않은 집단형성이 분명하다. 그래서 지연·혈연·학연 등의 인맥으로 살아온 정이 크게 작용한다. 위의 관계가 전혀 없는 사람은`맥`을 못춘다. 우리 말에 법망(法網)이란 말도 있다. 범죄자에 대한 법률의 제재를 물고기에 대한 그물에, 거미에 대한 거미줄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사회적 부조리의 거미줄에 걸린 사람은 누구이며, 몇이나 되는가. 거미줄에 걸린것은 힘없는 하루살이나 잠자리, 파리, 모기가 걸리지 힘센 독수리나 참새는 걸리지 않는다. 언제나 약자나 가난한 자만 피해보고, 능력있고 돈있는 힘센 자는 걸리지 않는다. 뿌리뽑는다고 장담하지만 언제나 가지 치기에 급급하다. 뿌리 뽑지 못하는 것은 그 뿌리가 땅속(인간관계)에 깊이 묻혀 있기 때문이다. 진실로 모두가 잘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말 그대로 부정부패를 근절해야 한다.
/손경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