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일간지 신문에 농가의 최고 재산이요, 식구나 다름 없는 한 황소에 관한 기사가 실린 적이 있었다.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누렁이의 일생은 파란만장했다. 전남 강진의 한 농촌마을에 기르던 서른 한 살 배기 한우가 그 주인공이다. 24년간 주인과 동고동락을 하면서 새끼 16마리를 낳아 4남매의 교육비를 보탰고, 주인과 함께 농사일을 거들었다. 사람으로 치면 80세 이상의 천수를 누리고 자연사한 누렁이를 주인은 집 근처 따뜻한 양지 밭에 묻어 주었다. 동민들과 같이 장례를 치르고, 군민들은 누렁이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무덤 앞에 비석까지 세울 계획이라 한다. 평생 멍에를 맨 채 밭을 갈고, 짐을 나르고, 새끼를 낳아 살림에 보탬이 됐던 누렁이는 제 할일을 다하고 생을 마감했다. 소의 죽음에 이처럼 유별난 감정을 표시하는 것은 우리 인간에게`성찰`의 시간을 갖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우리나라에 구제역의 만연으로 300만 이상의 소와 돼지가 매몰됐다. 가슴 아픈 일이었다. 몇 년씩 정성으로 기른 어미소와 함께 송아지까지 생매장해야 했던 농민들의 정신적 충격을 어떻게 풀어줘야 할 지 답답하기만 한 일이었다. 이런 상황에 우리에게 애절한 사연을 주고 간 누렁이 농가의 소박한 이야기는 동물로 태어난 생명체의 목숨이 존귀하다는 진리와 교훈을 일깨워 주고 갔다. 주인에게 비록 아픈 상처만 남기고 갔지만 전염병으로 스러진 수많은 가축들의 생명도 너무 고귀한 것이었다.
불가에서는 “살생하지 말라”고 했다. 생명이 있는 존재는 모두 고귀하기 때문이다. 비록 약육강식이라는 진리 앞에 약자가 희생을 당하지만 이 땅에 태어난 생명체는 저마다 사명이 주어진 상태에서 살아간다. 특히 가축은 인간에게 자신을 고스란히 바치고 짧은 생을 마감하는 존재들이다.
/손경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