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권력자인 왕을 둘러싸고 질투와 모함을 일삼는 것은 궁중 여인들만이 아니다. 한나라에 명문 귀족의 후예인 대사상가 한비가 있었다. 유학자 순자의 문하에서 이사(진나라 승상)와 함께 학문을 배운 한비는 비록 말은 더듬었지만 논리적인 문장력과 능력만은 탁월했다. 이 때문에 함께 공부한 이사는 한비에 대해 늘 열등감을 느꼈다. 당시 전국시대 7개 나라 중 가장 작고 약한 나라인 한나라 왕은 인재를 멀리하고 실속 없는 소인배만 등용했다. 이를 안타까워한 한비는 울분을 터뜨리는 심정으로`한비자`라는 책을 지었다. 진나라 왕정(천하통일 하기 전의 진시황 이름)이 우연히 이 책을 읽고 크게 감동했다.“한비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고 탄식한 진시황은 한비를 만나고자 한나라를 침공했다. 위급에 처한 한나라는 궁여지책으로 한비를 사신으로 진나라에 보냈다. 그러자 당시 객경의 벼슬에 있던 이사는 자신의 지위가 위태로워질 것을 우려해 왕에게 “한비는 진나라를 위해 일하지는 않을 것이며, 그를 등용하지 않고 억류했다가 돌려보낸다면 후환이 될 것이니 반드시 죽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사의 말이 옳다고 판단한 진왕은 한비에게 사약을 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했다.
왕조시대엔 권력이 한 사람에게로 집중돼 있기에 권력자의 신임을 얻고자 온 몸을 바치기도 했다. 현대의 정치사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많은 사람이 최고 권력자에게 다가서고자 갖은 노력을 한다. 그러나 이를 충족시켜 줄 자리는 한정돼 있다. 따라서 그 자리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약점을 잡고 권모술수를 이용해 공격하곤 한다.
의사이면서 기업경영에 성공한 후 교수로서 대중 앞에 선 안철수씨가 대중의 인기를 바탕으로 차기 대선에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그를 야권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전 대표의 대항마로 내세우고자 공을 들였으나 안 교수는 묵묵부답이다. 최근에는 민주통합당의 대권주자들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안철수 때리기에 나섰다. 자신의 몸값도 올리고 국민의 시선을 끌기 위함이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는 혹독한 국민의 검증을 거쳐야 한다. 귀공자 같은 앳된 용모와 때 묻지 않은 경력이 그의 가장 큰 무기였으나 정치권에 발을 딛는 순간 진흙탕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아무리 못생긴 여자라도 궁중에 들어가면 시기와 질투를 당하고, 어진 선비라 할지라도 조정에 나아가면 모함을 받는다”고 했다. 권력과 이익이 있는 곳엔 권모술수, 모함과 시기 그리고 질투가 독버섯처럼 도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