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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있는 곳에 피는 독버섯

등록일 2012-07-19 21:35 게재일 2012-07-1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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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정규경북도의회 의원새누리당 경북도당 상임부위원장
전국시대의 일이었다. 이웃나라가 초나라 회왕에게 아름다운 여자를 바쳤다. 여인의 미모에 홀딱 빠져든 회왕은 다른 여자는 눈길 한번 주지도 않았다. 이러자 왕으로부터 한몸에 총애를 받아온 정수부인은 질투심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정수부인은 시치미를 떼고서 새로 온 후궁에게 왕의 취향에 맞게 치장을 해주고 아름다운 노리개를 선물하는 등 온갖 정성을 다해 도와줬다. 지나친 호의 때문에 새로온 후궁은 처음에는 경계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정수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왕은 또 새로온 후궁에게 질투는 커녕 따뜻하게 맞아주는 정수부인에게 믿음이 갔다. 어느날 정수부인은 후궁에게 이렇게 말했다.“왕은 당신을 무척 좋아하시는데, 한 가지 당신의 코가 보기 흉하다고 하십니다. 앞으로 왕 앞에서는 코를 손으로 살짝 가리고 있도록 해 보세요” 이후 그 후궁은 왕을 뵐 때마다 살며시 코를 가렸다. 이를 이상하게 생각한 왕은 정수부인에게 “그녀가 나를 만날 때마다 코를 가리는구려.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겠소?”라고 묻자 정수는 망설이며 매우 난처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녀는 왕의 냄새를 맡기 싫어서랍니다”라고 답변했다. 결국 대노한 왕은 “내가 저를 그토록 아껴주었거늘 당장 그 코를 잘라버려라”라고 명했다.

최고 권력자인 왕을 둘러싸고 질투와 모함을 일삼는 것은 궁중 여인들만이 아니다. 한나라에 명문 귀족의 후예인 대사상가 한비가 있었다. 유학자 순자의 문하에서 이사(진나라 승상)와 함께 학문을 배운 한비는 비록 말은 더듬었지만 논리적인 문장력과 능력만은 탁월했다. 이 때문에 함께 공부한 이사는 한비에 대해 늘 열등감을 느꼈다. 당시 전국시대 7개 나라 중 가장 작고 약한 나라인 한나라 왕은 인재를 멀리하고 실속 없는 소인배만 등용했다. 이를 안타까워한 한비는 울분을 터뜨리는 심정으로`한비자`라는 책을 지었다. 진나라 왕정(천하통일 하기 전의 진시황 이름)이 우연히 이 책을 읽고 크게 감동했다.“한비를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고 탄식한 진시황은 한비를 만나고자 한나라를 침공했다. 위급에 처한 한나라는 궁여지책으로 한비를 사신으로 진나라에 보냈다. 그러자 당시 객경의 벼슬에 있던 이사는 자신의 지위가 위태로워질 것을 우려해 왕에게 “한비는 진나라를 위해 일하지는 않을 것이며, 그를 등용하지 않고 억류했다가 돌려보낸다면 후환이 될 것이니 반드시 죽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사의 말이 옳다고 판단한 진왕은 한비에게 사약을 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했다.

왕조시대엔 권력이 한 사람에게로 집중돼 있기에 권력자의 신임을 얻고자 온 몸을 바치기도 했다. 현대의 정치사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많은 사람이 최고 권력자에게 다가서고자 갖은 노력을 한다. 그러나 이를 충족시켜 줄 자리는 한정돼 있다. 따라서 그 자리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약점을 잡고 권모술수를 이용해 공격하곤 한다.

의사이면서 기업경영에 성공한 후 교수로서 대중 앞에 선 안철수씨가 대중의 인기를 바탕으로 차기 대선에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그를 야권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전 대표의 대항마로 내세우고자 공을 들였으나 안 교수는 묵묵부답이다. 최근에는 민주통합당의 대권주자들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안철수 때리기에 나섰다. 자신의 몸값도 올리고 국민의 시선을 끌기 위함이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는 혹독한 국민의 검증을 거쳐야 한다. 귀공자 같은 앳된 용모와 때 묻지 않은 경력이 그의 가장 큰 무기였으나 정치권에 발을 딛는 순간 진흙탕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아무리 못생긴 여자라도 궁중에 들어가면 시기와 질투를 당하고, 어진 선비라 할지라도 조정에 나아가면 모함을 받는다”고 했다. 권력과 이익이 있는 곳엔 권모술수, 모함과 시기 그리고 질투가 독버섯처럼 도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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