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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逆)발상의 기인

손경호(수필가)
등록일 2012-06-22 19:30 게재일 2012-06-22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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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정월이 오기 전부터 우리나라 노인층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책이 토정비결이다. 호는 토정이요, 본명이 이지함이 쓴 도참서(앞날의 신수나 길흉을 예언하는 술법, 또는 그러한 내용을 적은 책)이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조심과 주의를 예고하고 좋은 일을 예찬한 일종의 생활 지침서라고도 할 수 있다. 전설에 의하면 토정 이지함은 정말 기인(奇人)인 것 같다. 낮에 길을 가다가도 졸음이 오면 그가 항상 갖고 다니는 대나무 지팡이를 짚고 길에 서서 자는 특이한 성품의 소유자다. 조선 명종 때의 토정 이지함은 인본, 태세, 월건, 일진 등을 수자로 따지고 주역의 음양설에 근거해 일년의 신수를 보는 것으로서 중국에서 유행하던 여러 가지 술서를 인용해 엮은 책이다. 토정은 잡학을 즐기던 학자로서 이 책을 저술해 사람들의 길흉화복을 예언했다. 역사학자 박성희 교수에 의하면 토정은 여러 가지 파격적인 일화를 많이 남긴 조선시대의 기인이다. 그의 삶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보면 그는 단순한 기인이 아니다. 시대를 앞서간 창의적인 선각자이다. 그의 삶은 `실용적 창의성`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원리가 지배하고 있다. 율곡과 친분이 가까운 문인이요, 성리학자이다. 실용적 창의성이 드러나는 예화가 하나 있다. 토정이 아산의 한 고을에 부임하자 백성들에게 가장 힘겹고 괴로운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연못에 물고기를 기르는 일`이라고 했다. 아산 고을에 물고기 기르는 연못이 있는데 관아에서 겨울에도 물고기를 잡아 바치게 하라는 명령이 있어 백성들이 큰 애를 먹고 있었다. 토정은 즉시 연못을 메우게 해 백성들의 후환을 영영 끊어 버렸다. 연못이 없으면 백성의 노고가 필요없게 된 것이다. 연못을 그대로 두고 개선책을 찾느니 아예 연못을 없애버림으로써 백성들의 편을 들어줬다. 생각을 바꾸면 길이 생기고 세상사를 보는 토정의 안목에 지혜가 담겨 있다. 생각을 반대로 생각하는 역발상이다.

/손경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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