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고대(古代)의 설날이라 불리우는 새해인 동짓날에 신년음식으로 반드시 만들어 먹는 음식이 팥죽이다. 간단한 이유는 잡귀신이 팥의 붉은 색을 무서워 하기 때문이라 한다. 동짓날 팥죽을 먹으면 나쁜 기운의 접근을 막아 액땜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옛날에 팥죽을 먹기 전에 미리 문설주와 기둥에 팥죽을 뿌리기까지 한 것이다. 사실 동짓날 팥죽을 먹는 것은 꼭 우리만의 풍속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우리와 같이 동지 팥죽이 있다는 것이고 두 나라에서도 우리와 같은 풍속이 있다는 것이다. 유독 세 나라 만이 거의 비슷한 풍습이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중국 사람들은 붉은 색을 행운과 축복을 가져다 주는 색깔이라 해 우리와는 전혀 다른 의미를 풍속으로 여긴다. 3국의 고문헌은 어디에서 먼저 전해진 풍속인지는 몰라도 비슷한 점이 있다는 것이다. 동짓날 해의 그림자를 재고 팥죽을 끓인다. 역귀를 물리치기 위해서다. 그 정도의 해석으로만 간주했던 이야기들이 그 속을 살피면 의문이 간다는 것이다. 왜 하필이면 동짓날에 그것도 팥죽을 먹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학설과 전설이 있겠지만 팥죽을 설날 먹는 떡국처럼 새해에 먹는 음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한 해석이 가장 유력한 견해이다. 우리 속담에서 오는 속설 가운데 동짓날 팥죽을 먹고 팥죽속에 든 새알을 자기 나이와 똑같이 먹어야 진짜 나이를 먹는다고 했다. 액땜이라고 하는 것은 무병 장수를 기원하는 덕담이라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좋은 쪽으로 해석이 된다. 과거부터 우리의 생활에 배어 있는 것으로 금기사항에는 `하지 말라`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아마도 조심이나 주의사항을 주지시키기 위함이라 느껴진다. 옛날에는 화장실에 갈 때 기침을 하고 가라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땐 화장실문이 없고 가마니로 가리워 놓았다. 문이 없어 노크도 안되니 미리 기침으로 알리는 것이다.
/손경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