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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산(治山)과 청산(靑山)

손경호(수필가)
등록일 2012-06-12 21:20 게재일 2012-06-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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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산(治山)·치수(治水)라 하여 산을 다스리는 것이 곧 물을 다스리는 것이라 했다. 우리나라의 국토 면적의 60%이상이 산으로 되어 있다. 좁은 땅에 산이 많아서 농사 짓는 것보다 산을 관리하는 일이 많아 산림청이란 기관도 생겨 났다. `솔방울 하나까지도 징발해 가던 일제 치하 36년과 뒤이어 터진 6·25 한국전쟁`은 이 나라 금수강산을 초토화되어 벌거숭이 산으로 변했다. 그러나 전쟁 이후 우리나라는 제2차 세계대전 후 개발도상국 중 유일하게 산림녹화에 성공한 나라가 되었다. 우리 국민은 벌거숭이 산이 울창한 숲으로 변하는 기적으로 일궈낸 나라다. 그 기적을 만들어낸 사람이 호가 향산(香山)인 현신규라는 산림학자라 한다. 평안남도 안주에서 태어난 현 박사는 우리나라 산림녹화의 학문적 토대를 세운 평생을 임업(林業)에 바친 공로자로 인정하고 있다. 그의 끊임없는 노력이 없었다면 한국의 산림녹화는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한국 최초의 임학(林學)박사인 그는 나무의 품종 개량을 위한 임목육종연구소와 우수한 나무 종자를 공급하는 채종원을 설립한 것이다. 지난해 여름 긴 장마와 폭우로 경기도, 강원도 일대에 물난리가 일어났다. 산에서는 나무가 홍수를 예방하는데 지대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모든 국민들이 실감케 했다. 외곬의 성격으로 나무를 키우는 것이 국토를 보존한다는 일념으로 그의 고집스런 활동은 계속된 것이다. 농림부에서 산림청을 독립시킨 것도 그의 노력과 집념에서 소산된 일이라 하겠다. 일본 유학시절 철학자요, 종교인인 우치무라 간조의`어떻게 천직을 찾을 것인가`라는 책을 읽고 그는 지금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꿈꾸었던 일에 매진할 것을 결심한 것이다. 우리의 국토가 흉물스러울 정도로 황폐화되어 가는 산 앞에서 향산 현 박사는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한 분의 꾸준한 연구와 노력으로 우리의 국토는 그야말로 청산(靑山)이 되고 있고 기름진 평야를 갖고 있다. 모두가 치산의 덕이다.

/손경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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