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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나이는

손경호(수필가)
등록일 2012-06-04 21:26 게재일 2012-06-0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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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은 즐거움을 돕는데에, 장식용에, 그리고 능력을 기르는데에 도움이 된다. 즐거움으로서의 주효용은 혼자 한가할 때에 나타난다. 장식용으로서는 담화할 때에 나타나고 능력을 기르는 효과는 일에 대한 판단과 처리 때에 나타난다. 숙달한 사람은 일을 하나하나 처리하고 개별적인 부분을 판단한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도 “학문은 번영의 장식이요, 가난의 도피처이며 노년의 양식”이라고 했다. 그래서 학문은 단숨에 뛰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진보하는 것이란 말도 있다. 학문의 길은 멀고 끝이 없어 죽을 때까지 배워도 한이 차지 않는다. 우리 주변에 나이에 관계없이 만학도가 많아 사회를 밝게 하고 있다. 지난 세월의 가난했음을 한탄하며 배움에 대한 열정을 평생 가지면서 다시 학문의 기회를 잡는 사람들이 자주 생겨난다. 한국방송통신대학 12학번 새내기로 입학한 아흔살의 학도가 있었다. 그는 서울에 있는 모 대학의 교수였다. 그는 강의실 맨 앞에 앉아 책상에 커다란 돋보기와 `대학생 길라잡이`책을 꺼내놓고 진지하게 수업을 받고 있었다고 한다. 노 교수님은 방송대가 1972년 개교한 뒤 40년간 입학한 240만여명 가운데 최고령이라고 한다. 함께 강의를 들은 동기들은 “정말 아흔 살이세요”라며 모두가 놀라워 했다는 것이다. 그 과에는 11살 아래인 79세의 할아버지도 있었고 71세 아래인 19세의 여학생도 있었다. 같이 수업을 듣던 학생들도 신기한 듯 “공부하려는 의지와 자세가 정말 놀랍다”고 했다. 하지만 최고령 학생으로 배움을 접하는 그는 “배움에 나이가 어디 있느냐”며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채 교재에 밑줄을 그으며 강의에 집중했다. 그 분의 과거도 파란만장했다. 온갖 가난과 어려움을 딛고 학문에 뜻을 두고 하던 직장은 뒤로 하고 역시 만학의 길을 걸었던 것이다. 그후 초·중·고교의 교사를 거쳐 대학 교수에서 정년 퇴직을 했지만 학문에 대한 욕망은 끝이 없었던 모양이다. 학문은 길이라 했다.

/손경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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