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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시장의 전쟁

손경호(수필가)
등록일 2012-06-01 21:15 게재일 2012-06-0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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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위 D램(반도체-메모리)제조업체 엘피다는 1999년 NEC와 후지쓰의 D램 부분이 합쳐서 탄생했다. 이후 한국의 삼성전자·하이닉스, 일본 도시바, 독일 인피니온, 미국의 마이크론과 함께 반도체 업계의 강자로 군림했다. 그러다 2007년 `치킨 게임`이 벌어지면서 회사 사정이 급격히 나빠졌다. 치킨게임은 두 대의 자동차가 마주 보고 전속력으로 질주하다 먼저 운전대를 돌린 사람이 지는 게임이다. 패자를 겁쟁이(치킨)라고 놀린데서 비롯됐다. 1960년대 미국의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말이다. 상대가 손을 들 때까지 적자를 감수하고 물량으로 밀어 붙이는 반도체 업체들의 경쟁을 흔히 치킨게임이라 부른다. 엘피다가 자금난에 몰린 끝에 일본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한 것이다. 엘피다는 지난 2월에 도코증권거래소 보고를 통해 “일본 정부와 채권은행의 추가 자금지원을 받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대만 업체들이 대거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면서 D랩 가격이 3분의 1로 폭락했다. 그 결과 일본의 엘피다만 피해를 입고 2년간 적자를 내고 말았다. 엘피다의 파산신청은 일단 우리의 업체에는 호재였다. 당장 생산 라인을 멈추지는 않겠지만 아무래도 정상적인 생산을 할 수 없어 D램 분야의 고질적인 공급 과잉이 해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의 한 전문가는 “단기적으로능 엘피다가 현금 확보를 위한 밀어내기 출하를 해 시장이 한때 출렁일 수는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D램 산업 전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그러므로 국내 업체들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인의 기업정신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50% 점유율이 높다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독과점 이슈가 불거지고 그것으로 인한 규제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세계 반도체 시장은 뜨겁다. 우리의 것이 항상 최고의 것이 될 수는 없다. 경쟁은 언제나 시작이다.

/손경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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