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봄부터 지중해 연안의 국가들 사이에 정치적 개혁이 일기 시작했다. 첫 신호탄이 울린 곳이 튀니지이며 여기서 분 바람이 이집트, 시리아로, 그리고 예멘으로 들불처럼 번졌다. 장기 철권 통치 독재자들이 잇따라 쫓겨나고 있는 아랍에서 중도 이슬람주의를 표방하는 무슬림형 재단이 빠르게 그 세력을 키우고 있다. 대서양에서 페르시아만에 이르는 광대한 이슬람 수니파 지역에서 그 영향력이 확연하게 두드러진다. `아랍의 봄`을 이끈 튀니지와 이집트를 필두로 모로코와 리비아에서도 무슬림형 재단의 세력이 급팽창하고 있다. 여기다 팔레스타인 가자지역을 장학하고 있는 요르단, 알제리, 바레인, 쿠웨이트, 예멘의 형재단 등도 건재를 과시하고 있어 그 여파가 중동으로 서서히 옮겨오고 있는 듯 하다. 형재단은 혁명보다는 개혁을 추구하는 엄격한 신(神)의 규칙 대신 이슬람적 동질감이나 윤리를 훨씬 더 강조한다. 이들에 밀려 알카에다와 같은 극단주의자들이나 서방에 상대적으로 유연한 이슬람의 자율의 의지는 그 입지가 좁아지고 잇다. 무바라크 몰락 후 이집트에서는 후세인 탄타워장군이 이끄는 군최고 회의(SCAF)가 잠정적으로 그 세력을 과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는 6월말까지 새 정부가 들어서면 군부는 민간에 정권을 이양해야 한다. 군부와 세력을 어떻게 공유해 나갈지는 불투명하지만 의회 다수파의 무슬림형재단의 사실상의 실세라는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는 상태다. 형재단의 외교자문역을 맡고 있는 한 실세의 말은 “갑자기 우리가 모든 사람의 생활에 영향을 끼치는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이집트 정부와 IMF는 곧 양해각서를 체결할 예정으로 돼 있다. 미국 등 서방 기업들은 앞다퉈 형재단과 교감을 함께 할 각오가 돼 있어 그 귀추가 외교가에 쟁점이 되고 있다. 이런 아랍 이슬람 온건파(무슬림 형재단)가 중동을 기점으로 정치 영토를 넓혀 가면서 여러 곳에 러브 콜을 하고 있다. 아랍의 봄이다.
/손경호(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