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철강 유통채널은 철강사에 공식적으로 등록된 지정 대리점들을 중심으로 성장하였고, 수입재 증대에 따라 독립계 코일센터가 출현하기 시작했다. 철강사가 지분을 보유한 경우도 있으나 상당수는 지분관계가 아닌 지정 대리점 형태로 소유자가 다르기 때문에 유통채널 관리 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갈등은 어쩌면 불가피한 것이다. 한국 철강산업의 성장과정에서 철강 대리점은 많은 역할을 수행했으며, 혜택도 확보하였으나 경쟁 심화로 사업의 수익성이 하락하면서 철강사와의 관계가 서서히 약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철강사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역할과 기능대비 특혜성 수익을 챙겨온 대리점들이 위기 돌파를 위해 같이 고생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유통 대리점들은 불확실한 경영환경 하에서 물량과 가격 부담으로 사업 다각화를 통한 수익성 증대, 더 나아가서는 지정 대리점 해지까지 고민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거에도 好不況을 거듭하면서 상호 간의 공동성장이 가능하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했으나 최근에는 이러한 공감대가 약화되고 있다. 호황기에는 동시에 Win-Win이 가능하지만, 불황기에는 동시는 불가능하고 순차적으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당연히 신뢰에 기초한 사업관계의 설정이 필수적이다. 즉 이번 불황기에 어려움을 견뎌내면, 호황기에는 적정한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는 식의 신뢰감이 상호 간에 존재해야 한다.
철강사 입장에서 당장에 유통채널과의 신뢰 강화가 중요한 이유는 현재의 철강 위기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철강사의 노력만으로는 어렵고, 유통채널과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장 시급한 수입재 대응에 있어서도 유통채널의 협력이 절대적이며, 유통채널의 역할 고도화를 통한 수요산업과의 Lock-in 강화를 위해서도 유통채널의 투자와 적극적 실행이 중요하다. 일본의 철강 유통채널은 장기적 불황기를 거치면서 지정 대리점이 사라지고, 구조조정을 통해 대형화되었으며, 수익성 확보를 위해 강관이나 프레스 등 가치사슬 상의 전방통합을 강화하였다. 코일센터는 다양한 가공설비를 갖춘 프로세싱센터로 진화하였고, 관련 가치사슬 상의 후공정사업까지 연결된 강재가공 클러스터로 변모하고 있다.
철강사와 유통채널 간의 거래 관계에서 발생하는 가격/물량 관련 갈등 조정비용을 축소하고 대립적 관계를 신뢰적 관계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뺏길 것 같으면 미리 주고, 받을 것 같으면 기다려라.” 식의 운영을 통해 철강 유통채널과의 신뢰 강화가 필요하다. 가격의 예를 들면, 유통채널에 대해 가격을 올릴 때는 조금 늦게, 내릴 때는 조금 빨리 운영해서 대리점 입고단가를 관리하는 것이다. 당연히 철강 유통채널에서도 역할 고도화 방안과 영업력 강화를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실제 거래상의 신뢰관계를 핵심고객사, 일반고객사까지 단계적으로 확대시킨다면, 국내 철강사 간 경쟁 심화와 더불어 엄청난 규모의 수입재 물량과의 경쟁에서 진입장벽 강화를 통한 전략적 시장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